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3.22 09:05

물류시스템 고도화에 적자 누적…매출 증가 기대감에 투자 지속

(사진제공=마켓컬리)
(사진제공=마켓컬리)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소비자가 전날 밤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오전 7시 전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의 규모가 최근 3년 새 40배가량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새벽배송이 급성장한 요인에 대해 유통업계의 신속·정확한 배송을 위한 첨단기술 도입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은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유통업계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맞벌이가정과 1인 가구 등에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신생기업은 물론 대기업, 홈쇼핑, 대형 마트까지 뛰어드는 양상이다.

새벽 배송의 시초는 쿠팡의 로켓배송이다. 2014년 3월에 시작된 이 서비스는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되는 비교적 빠르고 정확한 배송으로 출시 당시 소비자들에게 화제였으며 아직도 인기다. 쿠팡은 '랜덤 스토(Random Stow, 무작위로 넣는다)' 방식을 통해 물류창고를 관리한다. 랜덤스토는 비슷한 제품군을 대량 보관하는 일반적 물류센터의 방식과 달리, 각각의 다른 제품군을 소량 보관하는 형태다.

예를 들면 세제와 치약 등 생활용품이 일정 분량으로 물류창고 곳곳에 보관돼 있다. 이 방식은 쿠팡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다음 구매를 예측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상품별 입·출고 시점과 주문빈도, 물품·운반특성을 고려해 수요를 예측한다. 이에 따라 쿠팡 측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하루 최대 170만개의 상품을 출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마켓컬리는 2015년부터 당일 매출과 고객 수, 주문 수를 비롯해 물품의 품절·폐기 주기를 분석한 빅데이터 통계 모델을 구축했다. 소비자의 다음 주문을 예측해 물건을 발주한다. 물류창고는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가장 분주하다. 고객이 자정까지 제품을 주문하면 AI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해 주문 순서대로 신속하게 분류가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구매 패턴 예측 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된다면 소비자의 다음 주문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배송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확한 주문 예측은 창고에 보관된 물품의 폐기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하루 약 2만건의 배송을 처리하지만 폐기율(배송이 잘못 처리될 확률)은 평균 1% 안팎이다.

BGF리테일이 지난해 6월 지분 50.1%를 300억원에 인수한 헬로네이처도 열대과일부터 냉동식품까지 가장 신선한 시점에 맞춰 출고하는 직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헬로네이처는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보이스 오더(Voice Order)방식의 'AI피킹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작업자와 컴퓨터가 실시간 음성으로 대화하고, 바코드로 동시에 작업 상황을 체크한다. 헬로네이처 측은 이 기술로 인해 물량처리 속도는 최대 3배 빨라지고, 폐기율은 0%대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주요 업체들은 제품 신선도 유지와 물류센터 구축 문제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 일부 광역시에 한정돼 새벽배송을 실시 중이다. 지방까지 서비스가 확장된다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욱 늘 수밖에 없다. 야근에 따라 2배로 들어가는 인건비와 막대한 첨단기술 투자금, 유지비 등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위험부담을 안고도 새벽배송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늘어나는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 등의 타깃 소비자들이 큰 호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매출 8조원의 쿠팡도 물류서비스 확충에 쏟아부은 투자액으로 인해 누적적자 1조원을 기록 중이며, 마켓컬리 운영사인 더파머스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첨단기술 도입에 따른 투자금 출혈이 커 수익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자칫 기업들의 '치킨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는 만큼, 유통업계는 신선상품의 품질과 가격, 다양성 등에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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