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3.22 11:25

연세대의대 정진세 교수팀, "코클린 단백질, 내의 안쪽에서 녹농균 활동 억제"
생쥐 실험에서 입증…내성 생긴 만성중이염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성큼

코클린 단백질의 기능을 보여주는 그림
코클린 단백질의 기능을 보여주는 그림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귀는 외부환경에 항상 열려있어 세균에 의한 감염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 건강하게 유지된다. 국내 의료진이 만성중이염을 일으키는 녹농균의 침입과 증식을 억제하는 의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 이 같은 의문을 풀어냈다. 

연세대의대 최재영·정진세(이비인후과), 현영민(해부학)교수팀은 만성중이염의 주요 원인인 녹농균 활동을 억제하는 ‘코클린(Cochlin)’ 단백질의 새로운 면역기능을 밝혀내 국제학술지에 보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교수팀의 연구결과는세계적인 학술지 'Cell Host & Microbe' 3월 2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잡지 4월호 표지사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내이(內耳)가 어떻게 면역반응을 하는지 생리학적 메카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주도하는 핵심 단백질을 찾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핵심 단백질의 활성화를 억제한다면 기존의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항세균성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왼쪽부터 최재영, 현영민, 정진세 교수.
왼쪽부터 최재영, 현영민, 정진세 교수.

그동안 인간의 내이가 세균에 어떻게 대항하는지에 대한 메카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으로 만성중이염이 늘어나는데다 이를 유발하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고 있어 연구의 필요성은 절실했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난청 혹은 만성중이염 환자들에게서 질환과 연관된 원인 유전자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법을 통해 탐색·발굴했다. 그 결과, 이중 ‘코클린’이라는 단백질이 내이 안쪽에서 세균 침입에 대항하는 선천성 면역반응 주도 물질임을 밝혀냈다. 코클린 단백질이 녹농균을 차단해 청력을 보존하고, 내이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코클린은 내이로 침투하는 세균들의 길목에 LCCL 펩타이드 형태로 집중적으로 분비돼 면역세포들이 손쉽게 세균들을 찾아 포식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연구팀은 코클린은 만성중이염 뿐 아니라 다른 질병을 일으키는 녹농균의 침입과 증식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생쥐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했다. 코클린 단백을 제거한 생쥐에서 녹농균의 과도한 증식과 함께 내이조직이 파괴되는 현상을 보여준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중이염이나 이에 따른 청력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졌다”며 “눈과 귀에 많이 발현되는 코클린을 연구하면 감각기관의 면역증강요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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