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3.23 09:50

하나은행, '금융-디지털' 두루 갖춘 자체 인력 양성전략 추진
우리은행, ICT·디지털 경력자 수혈해 은행 체질 개선 박차
"이종(異種) 인력 간 불화 막아야 혁신 시너지 낼 수 있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모바일뱅킹 확대 뿐만 아니라 오픈뱅킹이나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사업영역이 부각되면서 ‘전통 금융’에서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각 은행은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초기 과제로 인적 혁신을 꾀하는 중이다.

특히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개성이 강한 디지털 인재 철학을 추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기존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우리은행은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을 쓰는 중이다. 전자가 금융-디지털 융합 인재를 원한다면 후자는 전문성이 두드러진 인력을 확보하려는 셈이다.

◆하나은행 "금융-디지털 융합 인재 키울 것"...디지털 역량의 상향평준화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숙명이며, 2020년까지 디지털 전문인력을 1200명으로 늘리겠다”.

이는 지성규 신임 하나은행장이 지난 21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취임식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사업전략 중 하나다.

현재 은행권 디지털 전문인력은 각사마다 100~200명 정도다. 은행권 중 가장 많은 전문인력 보유한 하나은행도 200명 수준이다. 이제 겨우 1년여 남았음에도 지 은행장은 어떻게 1200명이라는 목표를 제시할 수 있었을까.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해 “하나은행은 타행과 같이 ICT 관련 외부 전문가 영입과 특화인력 충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전 직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1200명이란 목표는 ICT 핵심 인력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디지털 이해력과 기술적 실력을 갖춘 전 부문별 직원까지 포함된 숫자”라고 설명했다.

먼저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월 2회에 걸쳐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딩교육을 실시하며 자체 역량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딩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소양으로 꼽히는데, 이 교육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이는 직원은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직원들의 전반적인 디지털 소양 수준을 높여 금융과 ICT의 완벽한 융합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스티브 잡스가 ‘문과’ 출신이 드문 IT업계를 감안, "애플의 정체성은 IT와 인문학(Liberal Arts)의 완벽한 결혼에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입행원 채용에 있어서도 이 같은 철학을 반영한다. 디지털 분야에 특화된 신입직원을 별도로 뽑는 데 집중하기보다 산업공학, IT 등 이공계열 학과를 졸업한 지원자들에게 가산점 등의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경영, 경제, 금융 등 사회과학 전공에게 우호적이었던 문턱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하나은행이 전문성보다 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전통금융에 디지털을 입힌 모습보다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변모하는 것을 목표로 뒀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력 사용에 있어 금융과 디지털을 따로 둔 채로 모바일뱅킹과 같은 고객와의 접점에서만 두 요소를 통합하면 진정한 시너지를 낼 수 없다”며 “금융 친화적인 영역에 있는 직원들도 공학적 사고를 해야 하고, 디지털에 특화된 인력들도 금융적 고민을 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혈 아니면 체질 개선 없다”...한편엔 수혈 알레르기 ‘경보’

우리은행은 하나은행과 정반대 성격의 디지털 전략을 세웠다. 바로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130여 명으로 이뤄진 디지털금융그룹 인력의 25%를 외부 ICT경력자로 채웠다. 임원급 IT전문가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일은 금융권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지만 중추 직원들을 외부인으로 대체한 사례는 드물다는 게 내부자의 설명이다.

모 은행 디지털부문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올해 초 지주사로 다시 전환했고 앞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경쟁 은행을 추격하기 위해 ICT업계 경력자들을 대거 모셔온 듯하다”며 “우리은행이 이른바 ‘즉시전력감’인 영입자원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타행들도 긴장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신입행원 공개채용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이들을 뽑고 있다. 지난해 말 공채에서 IT·이공·자연계열 전공자이면서 6개월 이상 관련 업종을 경험했거나 석사 이상 학위를 보유한 지원자들을 IT디지털부문 인력으로 채용했다.

디지털 인력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와 시간, 경험을 보장받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2~3년마다 근무처를 바꾸는 순환근무제가 일반적이지만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보안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에서는 장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타행들도 IT·디지털 분야에서 순환근무를 줄이는 추세지만 당행은 기존 직원들도 디지털 관련 부서에서 일한다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계속 근무를 보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외부출신 전문가 직원과 IT디지털부문 신입행원 간 소통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관련 내부 인재 양성의 일환으로 ‘디지털 전문가 양성과정’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와 디지털 분야 공채 직원들이 한데 모여 아이디어와 상호교육으로 소통한다.

하지만 금융-디지털 융합 인재 양성, 디지털 전문인력 충원 전략 모두 나름의 약점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자는 일반직원에게 디지털 교육을 시키더라도 IT직원만큼의 능력을 갖추도록 만들기 어려우며 후자의 경우 디지털 인재를 앞세운 나머지 기존 직원을 소외시켜 조직 내 불화가 야기될 수 있다.

타행 관계자는 “은행의 디지털화에 따른 인사 문제는 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과거 은행의 대형화를 위해 이질적인 두 은행이 합쳐 조직간 불화가 있었다면 이제는 같은 은행 내 이종(異種) 인력 간 부조화가 해결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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