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3.25 18:30

서울성모병원, '대한민국 최초 장기이식 50주년 기념주간' 행사

1969년 국내최초로 장기이식을 하고 있는 성모병원 의료진.
1969년 국내최초로 장기이식을 하고 있는 성모병원 의료진.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효시는 1969년 3월25일, 당시 서울 명동에 있었던 성모병원이 만성신부전환자에게 시행한 신장이식수술이었다. 그로부터 꼭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서울성모병원은 25일 우리나라 의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장기이식센터 개설 5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기리는 ‘대한민국 최초 장기이식 50주년 기념주간’ 행사를 열었다.

세계에서 첫 번째 장기이식 성공은 1954년 미국에서 성공한 일란성 쌍둥이 사례다. 미세혈관의 봉합과 면역기술의 발전 덕이었다. 그로부터 15년 뒤 성모병원에서 이식수술에 성공하자 세계 의학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전쟁을 치룬지 얼마되지 않은 우리나라 수준을 낮게 평가했던 해외의학계의 당연한 반응이었다.

국내 장기이식 발전을 이끈 의사들은 1960년대 시절 선진의료를 배우고 귀국한 해외유학파들이었다. 가톨릭의대 이용각·민병석 교수 등 선구의학자들은 동물실험 등 끊임없는 도전 끝에 '외과분야의 꽃'으로 평가되는 이식수술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1972년 이식수술 후 거부반응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면역억제제가 개발되면서 장기이식분야는 괄목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에 발맞춰 서울성모병원은 1979년 1월 뇌사자 신장이식수술, 1988년 3월 뇌사자 간이식, 1992년 11월 심장이식, 1996년 7월 폐장이식, 2004년 4월 소장이식수술, 2011년 7개 다장기이식, 2014년 간 제외 소화기계 6개 장기 변형다장기이식 등 차례차례 고난도의 장기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국내의 의료기관들도 앞다투어 장기이식에 참여하면서 이식건수가 급증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370건의 이식건수는 2018년 4116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특히 생체이식이 가능한 간이식은 2002년 364건에서 2017년 1482건으로 급증했다.

생존율도 늘어났다. 신장이식 10년 생존율은 1970년대 25%에서 2010년대 92%으로 크게 향상됐다. 특히 혈액형부적합이식(혈액형이 다른 사람끼리의 이식)의 2년 생존율은 92%로 혈액형 적합이식 91%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었다. 신장이식팀은 지난해 8월 3000례를 기록했으며, 혈액형부적합신장이식도 200건을 넘었다.

간암환자 이식의 경우 1990년대 초까지 5년 생존율이 30~40%였지만, 2017년 3년 생존율은 뇌사자이식이 72.57%, 생체간이식은 83.33%의 성공률을 보였다. 지난해 간이식팀의 수술건수는 1000건을 돌파했고, 이식성공률도 95%에 이른다. 이는 국내 평균 89.5%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며, 미국 UCLA 의대병원 85%, 피츠버그 의대병원 82%보다 크게 앞선 수치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신장이식수술 후 지금까지 30년 이상 생존한 환자는 20명, 또 20년 이상 살고 있는 환자는 188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중 가장 오래 살고 있는 환자는 94차 이식을 받은 84세 남성으로 현재 38년이 경과됐다. 또 1993년 간이식을 처음 받은 56세 남성환자는 현재 26년째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한편 ‘장기이식 50주년 기념주간’ 행사에선 대한민국 최초 장기이식 보고와 함께 장기이식 발전을 위한 선포식이 있었다. 또 지난 50년 동안 의료발전에 헌신한 의료진을 기리기 위해 고 이용각·민병석 교수와, 김부성·김인철 교수 등 23명의 명예교수와 원로교수의 이름을 새긴 기념동판 제막식도 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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