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2.15 13:16
신라의 지식인 최치원이 관료 생활을 했다고 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양저우(揚州). 장쑤(江蘇)의 대표적 도시로서 여느 중국의 큰 도시처럼 다양한 인문적 풍경을 품은 곳이다. <사진=조용철 전 중앙일보 기자>

이 강북 사람들의 특징을 전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아침은 껍질 속의 물, 저녁에는 물속의 껍질(早上皮包水, 晩上水包皮).” ‘아침’을 이른 앞 구절은 이곳 전통 음식인 灌湯包(관탕포)를 일컫는다. 이곳 사람들이 즐기는, 육즙(肉汁)이 찰랑찰랑하게 고인 물만두를 가리킨다. 그 물만두를 껍질(皮)이 물(水, 육즙)을 감쌌다(包)라고 표현한 것이다.

뒤의 구절은 ‘목욕’을 형용했다. 목욕탕 물(水)이 사람의 가죽(皮)을 품었다(包)는 뜻이다. 즉 저녁에는 예외 없이 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즐긴다는 얘기다. 아침에는 그저 먹기 좋은 물만두에 탐닉하고, 저녁에는 하릴 없이 목욕에만 열중하는 이곳 사람들의 여유로움, 다른 한편으로는 진취적이지 않으며 매우 퇴행적인 생활습관을 가리킨다.

강남 사람들에 비해 강북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많이 보이는 모양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낙후성, 진취적이지 못한 농업 중심의 사고, 제 땅만 바라보고 사는 농부 의식 등이 잇따라 지적거리로 등장한다. 실제 그런지는 더 따져 봐야 하겠으나,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만큼은 그런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듯하다.

이 지역의 대표적 도시는 양저우(揚州)다. 덩샤오핑(鄧小平)을 이어 중국 정치권력 1위에 오른 장쩌민(江澤民)의 고향이다. 신라 시대의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이곳에서 당나라 벼슬자리에 올라 활동하면서 우리에게도 유명해졌다. 경치가 빼어나 시인들이 “꽃피는 삼월에 양주로 내려간다(煙花三月下揚州)”라고 했던 고장이다.

중국 사대기서(四大奇書)의 하나인 <서유기(西遊記)>를 지은 오승은(吳承恩)도 이곳 사람이다. 현장법사(玄奘法師)와 손오공(孫悟空)이 등장해 서역의 요괴들을 무찌르며 종국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을 구해 온다는 내용의 <서유기>가 중국 현대 언어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따라서 장쑤성 장강 이북의 ‘강북’ 언어가 현대 중국어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우리가 안후이를 살필 때 귤이 이곳을 넘으면 탱자로 변한다는 ‘회수(淮水)’의 상징성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의 남북 차이를 설명한 적이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화적 축적은 우선 그 회수와 진령(秦嶺)을 경계로 남북이 뚜렷이 나뉘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장쑤는 그런 남북의 명료한 차이를 드러내는 중국 문화적 분포의 ‘축소판’이랄 수 있다.

중국 남부지역의 문화는 독특한 개방성을 지닌다. 자신이 지닌 것에 대한 미련이 적다. 그래서 늘 새로운 것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해 북부지역은 이미 쌓고 이룬 것에 집착을 보인다. 장쑤의 남과 북은 그런 양쪽 지역 거주민들이 보이는 ‘경향성’을 대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남북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장쑤 지역에 먼저 상당한 주의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 유광종 저, 도서출판 책밭, 2014년 중에서-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