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3.26 11:20

고대의대 미생물학교실 송진원 교수, 신증후출혈열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 감염경로 추적·감시시스템 구축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바이러스의 유전학적 특징을 분석해 감염 장소를 알아낼 수 있는 흥미로운 기법이 소개됐다.

고대의대 미생물학교실 송진원 교수(사진)팀은 신증후출혈열 환자가 어느 장소에서 한탄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유전체의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추적할 수 있는 감시체계 구축에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에볼라 바이러스, 메르스 바이러스 등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가장 먼저 시작하는 작업이 역학조사다. 전파경로를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진원 교수팀은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에서 감염경로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그는 신증후출혈열 환자로부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기반으로 한 바이러스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환자와의 역학 인터뷰를 통해 감염 추정장소를 확인한 뒤 설치류를 채집, 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장소를 계통지리학적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그의 연구에 학계가 주목하는 것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표본채집으로 바이러스의 출현과 추적·감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을 신속하게 예방 또는 차단할 수 있는 역학조사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메르스 등 인수공통 바이러스 감염병의 추적·감시시스템이 개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탄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결과에서도 입증됐다. 한탄바이러스는 1976년 고려대의대 이호왕 박사가 설치류 등줄쥐(Apodemus agrarius)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분리에 성공했다. 한타바이러스는 들쥐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돼 신부전증·출혈·혈소판감소증 등을 일으켜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전세계에 고르게 분포해 있으며, 국내에는 한탄바이러스 외에도 서울바이러스, 무주바이러스, 수청바이러스, 임진바이러스, 제주바이러스가 분포돼 있다.

송 교수는 1996년 고대의대 미생물학교실에 부임해 임진바이러스, 제주바이러스 등 신종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11년 대한민국학술원상, 2013년 이호왕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현재 국제 한타바이러스학회와 대한바이러스학회 차기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감염병학술지인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3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 잡지는 피인용지수 9.117로 감염병분야 JCR 상위 3% 이내에 들어가는 저명한 학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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