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3.27 16:31

2016년 대표이사 취임, 사내이사 임기 2년 남아…6월 IATA 총회가 첫 시험
조 회장, 한진칼 등을 통한 경영권 행사 가능 …막후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참여 예상

조원태 대한항공사장(사진=대한항공)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사진=대한항공)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은 27일 주주총회에서 20년 동안 대한항공을 이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면서 책임을 물었다. 조 회장의 경영권 박탈로 대한항공의 경영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경영 투명성 강화로 인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주총에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자 대한항공과 지주사인 한진칼 등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당일 오전 10시 19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보다 4.32% 오른 3만3800원에 거래됐다.

이제 대한항공은 조 회장을 대신할 리더를 빠르게 찾아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조회장의 아들 조원태 사장을 꼽을 수 있다.

그 이유로 조 사장은 현재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다 비록 사내이사 연임에는 실패했지만 조 회장이 주식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막후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전망이다. 

한진가에서 유일하게 대한항공 이사진에 몸담고 있는 조원태 사장은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선임, 2017년 사장으로 승진됐다. 지난해 3월 23일 사내이사로 선임돼 2021년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다.

대한항공에서 15여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조원태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 이후 리더로서의 모습으로 대외 활동을 자주 비추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조원태 사장은 초기 임원 시절 IT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어 2007년부터 대한항공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를 위한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을 주도해 2011년 말 최종 도입 완료했다. 대한항공에 세계 항공업계 최초로 재무, 자재, 시설, 기내식, 정비 관리회계, 수입관리 등 전사에 걸친 모든 부문의 관리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0년 전무로 근무할 때 대한항공의 최대 실적을 이끌어 대외적인 경영능력을 확고하게 다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조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 대한항공은 조원태 사장과 우기홍 대표이사 부사장 2인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태 사장은 대한항공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나가며 리더십과 경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조 사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6년 말 부채비율은 1178%였으나, 당시 유상증자와 체코항공 지분 매각 등으로 대한항공 재무구조를 개선 2017년 말 557.1%로 크게 개선하는 등 경영 능력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급등한 유류비 영향과 연말 평가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환산차손실 발생으로 적자 등으로 인해 2017년보다 매출은 7.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6% 감소해 체질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시각이다.

조 사장은 ‘땅콩회황’ 이후 연이은 오너 리스크 사태로 침체된 대한항공의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올해 들어 ‘직원만족경영’과 소통을 내세우면서 다양한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대한항공이 지난 50년 동안 결코 쉽지 않은 도전과 성취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건 그 길을 함께 걸어주신 수많은 분들 덕분”이며, “이제 회사는 우리 임직원에게 보답한다는 자세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하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눌 것이며,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고 대우할 것”이라고 소통 경영의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항공은 경영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 오는 6월 1일 서울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75회 연차총회(AGM)의 개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경쟁이 심화된 항공업계 변화 대응과 보잉 737 맥스8의 도입 차질에 따른 대책도 필요하다.   

특히 오는 6월 대한항공 주관으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개최부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보통 최고경영자(CEO)가 총회의 의장을 맡는 것이 관례인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이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이지만 주주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조원태 사장은 대한항공 경영에 집중해 성과를 보여야만 하는 입장”이라며, “대한항공을 이끌어 가기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조 사장 개인도 지난해 7월 교육부에 의해 제기된 ‘인하대 부정 편입학과 졸업 의혹’를 받고 있다. 인하대는 교육부의 편입학 취소 통보에 부당하다며 행정소송 중이며, 재판 결과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불발에 따른 체제 변화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제 막 결정이 내려져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즉각 설명하긴 어렵다”며,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정착과 올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 등을 위해 조 회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단순 이사직 연임 실패일 뿐 한진칼 등을 통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만큼 책임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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