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3.30 07:30
짐바브웨 하라레의 이스트게이트 센터의 에어컨 시스템은 흰개미의 둥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짐바브웨 하라레의 이스트게이트 센터의 에어컨 시스템은 흰개미의 둥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짐바브웨의 수도인 하라레에 있는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약 35만 평방 피트(3만 2516㎡)의 공간에 사무실과 상점들이 있다. 그런데 이 건물은 조금 특이하다. 비슷한 규모의 이웃 건물보다 에너지를 90% 적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스트게이트 센터의 비밀은 무엇인가? 바로 흰개미다.

1990년대에,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믹 피어스는 버섯 재배 흰개미가 만든 탑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흰개미는 탑의 바깥쪽으로 뜨거운 공기를 내 보내고 안쪽으로는 시원한 공기를 들여오는 그들만의 에어컨 시스템을 만들었다.

버섯을 재배하는 흰개미는 창문처럼 작동하는 구멍과 굴뚝 구조를 만들었다.  땅속 둥지에서 질식사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는 배출하고 산소는 유입돼야 한다.

다른 흰개미 탑 연구를 통해 더 효율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세네갈과 기니에서 수집한 다른 흰개미 탑에는 버섯재배 흰개미가 만든 것과 같은 구멍이 없다.

카말지트 싱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고해상도 스캐닝 기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사용하여 아프리카 흰개미 둥지의 외벽의 미세한 구조를 조사했다. 싱 박사는 "육안으로는 봤을 때는 모든 것이 막힌 것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육안으로 볼 때 단단해 보이는 벽에서 이 팀은 작고 상호 연결된 모공 네트워크를 발견했다. 마이크로CT 스캐너로 더 깊은 내부를 들여다보고 해상도를 높여 작은 모공과 큰 모공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둥지는 흰개미들이 침과 흙이 섞인 모래 알갱이를 쌓아서 만든다. 모래 알갱이 사이에 작은 공간이 만들어지고 그 사이에 더 큰 공간이 형성된다.

더 큰 모공이 없는 구조물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강한 바람을 불었을때,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축적됐다. 연구원들은 폭우때를 가정해 탑의 벽을 물에 적셨다. 큰 모공과 작은 모공을 가진 구조가 더 빨리 말랐다. 

이 모공들이 개미 탑안에서 통풍, 습도 그리고 온도를 조절한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싱 박사의 이번 연구를 통해 모공이 어떻게 가스 흐름과 배수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밝혀냈다. 생리학자 스콧 터너 박사는 "폐 속의 가스 교환의 방식과 흰개미의 공기 순환 방식이 매우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전세계 건축업자들은 지구 온난화 추세에 맞춰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건물을 냉각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엔지니어와 건축가들은 자연적인 구조만으로 이 같은 편리함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염감을 받을 수 있다. 

싱 박사는 "우리는 인간이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작은 동물들로부터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흰개미의 종류는 약 2600여 종에 달한다. 이 중 건물에 침입하여 파괴하는 것은 약 20여 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흰개미들은 여왕을 보호하고 서식지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를 형성한다.

흰개미 둥지의 세 가지 모습, 왼쪽부터의 사진, 둥지 내부와 그 안에 있는 갤러리와 길의 네트워크를 포함한.
흰개미 탑의 세 가지 모습. 사진(왼쪽부터)과 단층촬영, 그리고 복잡한 네트워크가 보인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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