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3.30 09:00

일본 야마구치대학과 시부야공업 공동 개발, 올 8월께 임상실험 돌입

간경화환자를 위한 간세포 재생 흐름도.
간경화환자를 위한 간세포 재생 흐름도.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보틀링 기술업체가 간경화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시장에 뛰어든다. 보틀링 회사라고 하면 음료 등을 병에 충전하는, 이른바 병입(甁入)하는 장치회사다. 일본 보틀링 대표기업인 시부야(渋谷)공업이 최근 야마구치(山口)대학과 손잡고 간질환 치료시장에 본격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시부야공업은 야마구치대학에 7500만엔(약 7억7000만원)을 제공하고, 오는 4월부터 시부야의 로봇을 사용해 세포배양과 임상을 시작한다. 환자는 올 8월에 모집할 예정이다. 양 기관은 임상결과를 토대로 치료법을 확립하고, 내년 3월 이후 치료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1년에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협력이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 두 기관은 이미 5년 전부터 간경변 환자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외부에서 무균 배양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미 야마구치대학은 환자에게 40㎖라는 소량의 골수액을 빼내 세포를 배양한 뒤 환자에게 다시 주입해 간세포를 재생시키는 치료법을 개발한 바 있다.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도 확인했다. 세포배양은 시부야공업의 충전기술을 응용해 자동로봇에 의해 이뤄진다. 연구진은 그동안 안전성 시험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해 임상이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야마구치대학이 시부야공업과 손잡은 것은 이 같은 배양작업이 병원에서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환자의 골수를 채취하려면 무균실에서 특수 작업복을 입어야 한다. 시부야 공업은 음료 충전으로 닦아온 무균기술을 살려 세포를 자동배양해 충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세포를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으니 의료기관의 인적·물적 비용을 절반 정도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부야공업이 운용하는 간세포배양 시스템

시부야공업은 이미 지난해 무균배양 시스템을 갖춘 센터를 카나자와시에 설립했다. 정부로부터 특정세포 가공물 제조허가도 얻었다.

앞으로 간경화환자 치료 시스템이 완성되면 야마구치대학병원에서 채취한 골수액은 냉장상태로 센터에 공수되고, 이곳에서 2주 정도 배양된다. 그리고 동결보존한 줄기세포는 다시 병원으로 보내져 환자에게 투여된다.

야마구치대학 사카이다 코우(坂井田功)교수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간경변증 이외의 재생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부야공업 대표도 "4~5년 내에 재생의료사업이 매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2000억엔 달성을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시부야공업은 2019년 6월 분기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10% 늘어난 1080억엔으로 올해 처음으로 1000억엔에 도달할 전망이다.

일본에는 약 30만명의 간경변증 환자가 있다. 이중 10%가 중증환자다. 시부야공업 대표는 2013년 재생의료시스템 본부를 구성하고 스스로 본부장이 돼 사업을 독려해 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