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3.31 10:57
살인범은 왜 매니큐어를 발랐나?-추적, 포천 여중생 살해사건(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285회 캡처)
살인범은 왜 매니큐어를 발랐나?-추적, 포천 여중생 살해사건(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285회 캡처)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에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범인 추적에 나서며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30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004년 2월 경기도 포천시 도로변 인근 배수로의 지름 60㎝ 좁은 배수관 안에서 알몸으로 발견된 여중생 엄모(당시 15세)의 죽음에 대해 파헤쳤다.

엄양은 집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집에 다 와간다"며 엄마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그러나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엄양은 96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엄양 시신은 꽤 오랜 시간 뒤 발견된 탓에 심한 부패가 진행돼 사인과 사망 시각을 특정할 수 없었다. 알몸으로 발견돼 가장 먼저 성폭행 피해를 받았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외관상 상처도, 범인의 DNA도 발견되지 않아 이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졌다.

시신에서 유일하게 주목되던 점은 엄양의 손·발톱에 칠해져 있던 짙은 빨간색 매니큐어였다.

김윤신 조선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당시 부검의)는 "이렇게 어린 여학생의 손톱과 발톱에 아주 빨간 색의 매니큐어가 칠해진 사건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며 "상당히 가지런하고 깔끔하게 발라져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이었던 엄양은 평소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으며, 가족과 친구들의 진술도 일치했다. 이에 따라 손톱에 발려있는 매니큐어는 엄양 사후 범인이 칠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수사를 전담했던 경찰도 "그렇게 유추된다"며 "심지어 (매니큐어가 발라진) 손톱이 깎인 흔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진제공=SBS)
(사진제공=SBS)

이러한 정황들을 토대로, 전문가들은 범인이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인의) 비틀어진 욕망이 굉장히 많이 반영된 시신 같다"며 "몸 안에서 제삼자의 정액이 나오지 않았다 하여 성범죄가 아니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처음부터 의도한 범행의 목적은 성폭행이 아니고 성적인 유린 행위가 아니었을까 싶다"며 "성적인 쾌감이나 만족감을 얻는 형태의 도착증일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엄양의 손톱과 발톱이 잘린 것에 대해 "일종의 '트로피'라고 말할 수 있겠다. 범인이 자신의 범행 성과물로 자른 손톱과 발톱을 가져가는 형태다"라며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의 몽타주를 공개했다.

목격자이자 그로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씨는 16년만에 '그알'에 범인의 모습을 제보했다.

한씨는 범인에 대해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하얗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을 했나 싶을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또 "눈은 밝은 갈색이라 검은 색소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면서 "남자 손이 매우 하얗고 반짝거렸다. 손이나 팔에 털이 전혀 없었고, 투명 매니큐어를 바르고 손질을 한 것처럼 손톱이 반짝거렸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