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4.02 23:35

R&D 부담 증가, 수익성 낮은 친환경차 생산, 판매 부진 겹친 여파

현대자동차가 판매중인 신형 쏘나타.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지난해 현대자동차 국내 본사가 197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593억2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과 미국 등에 있는 해외 법인과 현대카드 등 관계사에 대한 지분법 평가 손익을 제외하고 울산과 아산 등 국내 공장에 기반을 둔 사업만을 따졌을 때 적자를 봤다는 뜻이다.

매출액은 2017년 41조6048억원에서 지난해 43조1601억원으로 소폭 늘어났지만 매출원가는 32조6208억원에서 지난해 36조4034억원으로 4조원 가량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매출총이익은 8조9840억원에서 6조7566억원으로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각종 악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부진의 골이 깊어졌다. 국내와 주요 해외시장에서 판매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원화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도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에어백 리콜에 들어갈 비용(충당금) 5000억원을 작년 3분기(7~9월) 회계에 반영했다. 더구나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전기차 등 다양한 신기술 관련 연구개발비용까지 국내 본사가 대부분 떠안으면서 끝내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본사의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은 2조5794억원으로 연결기준 연구개발비 2조7423억원의 약 95%를 차지했다. 게다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은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 차 등 친환경차를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점도 원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국내 본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만해도 2조6995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2조1634억원으로 줄어든뒤 지난해에 갑자기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1997년과 2008년에도 각각 8124억원, 1조8065억원의 이익을 올렸던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흥국 통화 약세, 연구개발비 부담 증가, 수익성이 낮은 친환경차 생산 등이 업황 악화와 겹치면서 적자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1974년 상장 이후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업보고서로 확인 가능한 1998년 이후에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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