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4.03 16:03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

반건호 교수.

아직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모들이 상당수 있다. 아이의 과잉행동에 대해 버릇이 없거나 또는 참을성이 부족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뒤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선생님에게 수시로 혼이 나거나 부모가 불려 다니면서부터다.

4월 5일은 ‘ADHD의 날’이다. 이 때쯤 되면 이런 걱정을 하며 병원을 찾는 부모들이 꽤 있다. 우리 아이 괜찮을까, 학교생활은 잘 적응하고 있을까.

ADHD는 의외로 발생빈도가 높다. 숨겨진 아이를 포함해 또래의 5~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영유아기엔 진단이 쉽지 않다. 임상에서 사용하는 주의력 평가검사로도 확진은 어렵다. 오히려 아이를 돌보는 부모나 유치원 교사를 통해 듣는 정보가 더 정확할 수 있다.

문제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부모가 걱정할 것이 두려워 아이의 행동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또 부모 역시 자기 아이가 ADHD라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우선 내 아이의 ADHD가 걱정된다면 <표>를 참고해보자. 두 영역에서 각각 여섯 항목의 행동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ADHD를 의심할 수 있다.

부모가 착각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예컨대 놀이나 게임을 할 때 집중력과 몰입도가 높아지고, 수차례 이름을 불러도 듣지 못한다. 심지어 끼니를 거르기도 하면서 몇 시간씩 게임에 몰입한다. 부모는 이를 두고 우리 아이는 ADHD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의력결핍이란 '주의력'이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사물이나 정황에 적절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높은 집중력과 몰입도를 보인다면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ADHD의 치료는 진단과 함께 ‘부모의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질병의 특성은 물론 치료 약물에 대한 정보도 습득해야 한다. 나아가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다음은 정확한 평가다. ADHD는 복합적으로 나타나므로 ADHD냐 아니냐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ADHD처럼 보일 수 있는 정신과적 문제(우울·불안·학습 장애 등), 신체적 장애(아토피, 천식, 뇌발달장애, 부비동염 등)까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 상태에 따라 사회성 훈련, 언어 및 학습 훈련, 놀이치료를 통한 또래관계 및 충동조절훈련 등을 병행해야 한다.

ADHD 진단을 받으면 장기전에 대비하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동기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나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 점검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크게 상심할 필요는 없다. 어릴 때 대응을 잘 하면 정상적인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인내심과 이해가 필요한 질환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