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4.06 07:05

하나금융연구소 "반도체 가격 하락, 버블 꺼지는 과정"
토러스증권 "아마존·구글 데이터센터 증설…반도체 수요 늘 것"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넉 달째 하락세를 시현 중이다. 반도체 수출 부진과 대중무역 감소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상반기에는 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해외 투자은행(IB)의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반도체 수출물량이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수출 부진 탈출 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IB들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2분기까지 반등이 어려울 소지가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선 BoAML(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와 노무라는 반도체 단가 하락, 대중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까지는 수출 둔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3월 우리나라 수출은 1년 전보다 8.2% 감소한 가운데 반도체는 16.6%, 대중수출은 15.5% 각각 줄었다.

씨티는 중간재, 자본재 수입이 3개월 평균 5.6% 감소하는 등 2016년 9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한 만큼 투자 부진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 반도체 사이클 회복, 정부 부양책 시행 등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수출 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즈는 중국 제조업 PMI가 예상보다 크게 호전됐으나 국내 수출과 연관이 높은 신규수출수주 지수는 여전히 기준치를 하회해 2분기까지는 대중수출이 약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잇따라 수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9일 ‘2019년 경제전망’을 통해 “대외수출은 세계성장률과 교역량 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수출품에 대한 수입수요 조정 등으로 증가율이 둔화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올해 수출(통관)은 세계교역량 증가율 둔화,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단가 하락 등으로 전년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석유제품 등 주력 품목의 단가하락 등으로 전년대비 1.2% 감소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2019년 한국경제 수정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 수출 증가율을 0.7%로 조정하면서 “1분기 경기가 여전히 하강 국면”이라며 “수출과 내수 모두 경기 회복 조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은 반도체 단가 하락에 따른 부진 영향이 크다. 반도체는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면서 단일품목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효자 종목이다. 이에 반도체 부진은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제 1분기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시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5일 공시한 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 잠정 매출(연결기준) 52조원으로 1년 전보다 14.1%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으로 무려 60.4% 급감하면서 10분기 만에 가장 적었다.

1분기 반도체 부진이 현실로 드러난 가운데 반도체 단가 회복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D램 평균거래가격이 재고 영향으로 3분기까지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도 D램 가격이 3분기까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현재 부진한 모습은 지난 1~2년 초호황기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메모리 가격 하락에 대해 “그간의 가격 버블이 꺼지는 과정일 뿐”이라며 “과거 정상적인 반도체 사이클과 비교할 때 올해도 직전 호황기보다 우수한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한편, 반도체 물량 회복에 따른 수출 부진 탈출 기대감도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수출지표에서 몇 가지 반등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반도체가격 하락세 등으로 3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6.6%의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수출물량은 개선세가 가시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3월 반도체 수출 물량이 전년동월 대비 1.8% 증가하면서 반도체 수출액도 90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며 “미중 무역갈등 지속과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단기간에 플러스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물량개선과 중국 경기부양책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점진적 개선세는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설명했다.

나정환 토러스증권 연구원도 “수출실적 개선 여지가 보인다”며 “아마존, 구글 등 클라우딩 업체의 데이터센터 증설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대미 반도체 수출이 32.4%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재고조정을 마친 미국의 IT 기업들이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3월에 조금씩 신규 주문을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컨센서스에 따르면 반도체 가격은 2분기에도 하락하겠지만 대미 반도체 수출물량이 꾸준히 증가하면 반도체 수출 감소세를 축소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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