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4.09 14:41

"스틱인베스트먼트, 대주주의 회사 지배력 강화에 기여 전력"
"4000억원 투자는 스튜어드십코드 취지 위배…주주행동주의펀드에 출자해야"

(사진=국민연금, 스틱인베스트먼트)
(사진=국민연금, 스틱인베스트먼트)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국민연금이 재벌 총수일가의 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스틱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해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공문을 보내 스틱인베스트먼트(STIC Investments) 펀드에 국민연금이 4000억원을 출자한 것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질의했다고 밝혔다.

공문에 따르면 경제개혁연대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1조원대 규모로 설정하고 국민연금이 앵커투자자로 4000억원 출자했다고 알려진 스페셜시츄에이션2호 펀드는 기업구조 개편,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 등 특수상황에 놓인 대주주나 대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차익을 얻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이번 펀드에 앞서 설정한 1호 펀드는 한화그룹의 한화시스템(합병 전 한화S&C) 지분 인수(2017년), 현대차그룹의 이노션 지분 인수(2013년) 등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 등에 대한 재무적투자자(FI) 참여 등 전체 운용자산의 60% 가량을 대기업 또는 지배주주 일가의 특수한 상황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연대 측은 “이번 2호 펀드 역시 웅진씽크빅의 웅진코웨이 인수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원군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재산으로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돕기 위해 나선다면 국민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코드의 기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주주행동주의에 출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대 측은 “국민연금이 재벌 총수일가에 편의를 제공하는 펀드에 적극적으로 출자하는 반면 주주행동주의 펀드에는 단 한 푼도 출자하고 있지 않다”며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성과가 전무했던 책임투자펀드에 대한 위탁은 대폭 줄이고 주주행동주의 펀드에 위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하고 있는 스틱인베스트먼트 펀드의 의결권 방향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지난 2017년 6월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한 기관투자자로서 국민연금의 위탁자산 배분 시 가산점을 받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이 출자한 스틱인베스트먼트 펀드가 행사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스틱인벤스트먼트 펀드에 출자한 이유, 펀드 출자 이후 수탁자책임 이행활동에 관한 주기적 보고 여부,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한 사모펀트(PEF)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주주활동 연차보고서에 수탁자책임 이행활동을 공개할지 여부, 스틱인베스트먼트 외에 총수일가·대기업의 편의를 제공하는 펀드에 출자한 내역,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강화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투자를 재고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국민연금의 주식 및 대체투자 포트폴리오가 스튜어드십코드의 취지에 맞게 구성되어 있는지 여부와 주주행동주의 펀드에 출자할 계획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질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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