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4.09 17:31

과거 잘못 반성하지 않고 근대 일본 찬양하려는 아베 정권 의사 반영

시부사와 에이이치 초상이 들어가는 새 1만엔권 지폐 견본. (사진출처=일본 재무성 홈페이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일본 정부가 엔화 최고액권인 1만엔 화폐에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의 초상을 넣을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있다. 일제의 한반도 경제수탈에 앞장선 주역이기 때문이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국수주의적 역사의식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9일 기자회견에서 "1만엔, 5000엔, 1000엔권 화폐의 속 인물을 모두 바꾼다"면서 "이 중 1만엔권에 현대 일본 자본주의의 주춧돌을 놓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초상을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1만엔권의 주인공은 게이오대학을 설립한 일본의 근대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다.

한국 돈 10만원과 비슷한 가치인 1만엔권 지폐는 일본 지폐 중 가장 고액권이다. 일본은행은 2024년 상반기부터 새 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는 메이지(明治)와 다이쇼(大正) 시대를 풍미했던 사업가다. 제일국립은행, 도쿄증권거래소 등 500여개 기업을 설립해 운영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대한 경제 침탈에 전면적으로 나선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구한말 경성전기(한국전력의 전신) 사장을 맡으며 한반도 경제 침탈을 이끌었다. 또한 그는 대한제국 시절 일제의 이권 침탈을 위해 한반도에서 지폐 발행을 주도하고 스스로 지폐 속 초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시부사와는 만년에 일찍부터 한반도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 “일본이 조선을 잃게 된다면 국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란 발언을 남겼다.

5000엔권 지폐 견본.

일본이 새 1만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을 넣으려 하는 것에는 과거사를 부정하는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 등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근대 일본을 찬양하는데 집중하는 아베 정권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1000엔권 지폐 견본.

한편, 일본 재무성은 5000엔권에는 메이지 시기 여성교육 개척자인 쓰다 우메코(1864~1929), 1000엔권에는 일본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1853~1931)의 초상을 각각  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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