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4.13 09:05

자동판매기 영역까지 롯데칠성, 코카콜라, 동아오츠카 등 대기업 진출

이재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디테크융합연구소 연구교수.
이재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디테크융합연구소 연구교수.

[뉴스웍스=이재무 칼럼니스트] 한국 중소기업은 국가 산업구조의 중요한 축으로써 노동인력 고용의 거의 대부분을 수용하고 경제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기초적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주지하고 있다시피 지속되고 있는 세계적 불황의 여파와 재벌 중심의 국내 경제 체제의 영향으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개선을 위해 정부는 여러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좀처럼 중소기업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책의 원래 취지와 달리 실효성이 발현되지 못해서이다.

중소기업 대책들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중소기업이 활로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현행 사업들 대부분이 권고 형식이다. 모범적 정책 실천자이자 가장 큰 구매자가 되어야 할 공공 부문에서조차 업무의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정책의 이행을 등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생계형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사업'은 대기업의 사업 영역 확장을 제한하여 중소기업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2019년 현재 79개 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 해당 업종에는 대기업이 5년 동안 진입할 수 없으며, 위반 시 정부에서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 본 사업은 권고 사항으로써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니고, 시장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개입, 업종 전문화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중견기업의 피해, 외국계 기업의 시장 내 확장 가능성, 중소기업의 타성 등의 이유로 비판을 받으며 국회에서의 법제화까지 표류되고 있다. 이런 의견이 불합리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자동판매기 영역까지 롯데칠성, 코카콜라, 동아오츠카 등 대기업들이 진출해 무자비하게 사업 확장을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괴사라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봐야할 것이다.

'우선구매대상 기술개발제품 수의계약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13조 및 동법 시행령 제12조에 의거하여 성능인증(EPC), 우수조달물품, 신제품인증(NEP), 품질인증소프트웨어(GS), 신기술인증(NET), 구매조건부사업성공제품 6개 부문의 제품은 합법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의무화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담당 공무원들은 마치 로비에 의한 비리에 얽매여 수의계약을 해주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것을 우려해 대기업에 공사를 일괄 발주하거나 단순한 일반조달 계약으로 처리해버리고 있다.

이렇게 공사 전체를 수주한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제외하고 해당 품목의 생산을 중소기업에게 하청을 맡김으로써 어렵게 우선구매대상 기술개발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들은 노력에 대한 대가도 얻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또한 일반조달 계약의 경우, 계약 과정이 수의계약 보다 복잡하여 중소기업 입장에서 검토해야 할 서류도 많고, 최저가 입찰이라는 가격 기준의 계약이 이뤄지므로 개발한 기술이 무의미하며, 최종 낙찰 금액이 현저히 낮아져 중소기업들의 경영 효율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법 규정처럼 수의계약을 의무화하면 공무원들이 부정부패 오해 등에서 탈피하여 부담 없이 중소기업에게 수의계약을 해줄 수 있으며, 중소기업은 여러 경영상 어려움에서 탈피하고 영업상 이익을 위해 더욱 기술개발에 재투자하여 강소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제언은 새로운 규정을 억지로 만들어내라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규정을 일부 보강하고, 있는 그대로 이행하라는 것뿐이다. 또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열악한 국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무분별한 시장 개입이 아니라 형평성 차원에서 지극히 정의로운 처사이다. 주저하거나 기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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