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1.03 08:43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지난 20년동안 유가와 반도체 업황주가 사이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 보면, 기존의 통념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통념이란 유가의 상승이 가처분 소득의 감소와 이로인한 IT(정보통신), 반도체 수요의 부진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념이 틀렸다. 최근 20년간의 수치는 유가 상승과 반도체 상승의 강력한 비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의 IT, 반도체 수출액은 유가 동향을 약간의 차이로 선행해 왔는데 이는 내구재 소비의 강세가 유가의 상승을 불러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주가가 유가의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유가의 상승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전세계 IT 수요가 개선되고 있음을 암시하거나 또는 ▲ 유가 급락에 따라 최근 크게 침체된 이머징국가(신흥개발도상국)들의 경기 및 소비가 향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이 두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싸이클의 유가 반등이 IT 수요의 선제적 개선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최근 반도체 주가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유가의 반등은 앞서 언급된 두가지 의미 중에서 전세계 IT 수요의 비밀스럽고 선제적인 개선에 의한 것으로는 해석되기 어려워 보인다.

과거에는 WTI 가격과 한국 IT, 반도체 수출 동향이 변곡점 뿐 아니라 변동폭까지 유사하게 나타났으나 2014년 이후 지난해 본격화된 국제유가 하락시기 한국 IT, 반도체 수출의 낙폭보다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가격의 낙폭이 훨씬 컸다.

유가 반등시, IT주 주목해야...

앞으로 유가의 반등이 일어날 경우 크게 침체된 이머징 국가들의 IT 수요를 개선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근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 국가들의 극심한 IT 수요 부진이 주요 수출품인 원유의 가격 급락에크게 기인하기 때문이다 즉 이번 싸이클의 유가 반등은 과거의 경우와는 다르게 전세계 IT 수요의 개선을 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지역의 IT 수요 개선을 선행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서는 제한적이긴 하나 향후 유가의 반등이 나타난다면 공급 축소에 따른것이라 하더라도 IT, 반도체 주가의 작은 매수 신호로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단 반도체 주가의 추세 상승을 위해서는 수요 개선에 따른 유가 급등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시장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미국, 유럽, 일본, 중화권 (중국, 홍콩)을 제외한 이머징 지역 향 한국 IT, 반도체 수출의 비중은 현재 모두 20%대 초반 수준에 불과하다. 즉 공급 조절에 의한 유가의 상승이 전세계

경기 및 IT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도가 아쉽게도 제한적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반도체주가의 추세적 상승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공급 제한에만 의존하지 않고 IT 수요의 개선을 동반하여 대폭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 나타나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감산 후 유가 상승이 IT주 장기적 추세전환은 아닐 듯

이번 국제유가하락 싸이클의 유가 급락은 과거 1998년, 2001년, 2006년, 2008년의 하락시기와 달리 수요 부진보다는 셰일 가스 공급개시, 원유 수출국 간 감산 협의 실패 등에 따른 공급 과잉에 의한 면이 훨씬 크다.

즉 앞으로 원유 감산에 의한 유가 상승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세계 IT 수요의 개선에 후행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점만을 감안한다면 과거와는 달리 이번 유가 싸이클에서 공급 축소에 의한 유가 상승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IT, 반도체 수요 및 주가의 본격적인 장기 개선 신호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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