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4.16 11:20

세브란스 장기이식팀, 2015년 세계 최초 이후 두번째…수술 뒤 호흡재활 치료받고 건강하게 퇴원

다장기수술에 성공한 장기이식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 환자 서모씨, 흉부외과  백효채교수,  간담췌외과 한대훈교수, 호흡기내과  박무석교수.
다장기수술에 성공한 장기이식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 환자 서모씨, 흉부외과 백효채교수, 간담췌외과 한대훈교수, 호흡기내과 박무석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국내 의료진이 뇌사자의 폐와 생체기증자의 간을 한 환자에게 동시에 수술하는 ‘다장기 이식술’을 시행해 성공을 거뒀다. 2015년 세계 최초로 생체·뇌사자 장기 동시이식술을 성공시킨 두 번째 사례로 이식학 발전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팀(흉부외과 백효채·이식외과 주동진·호흡기내과 박무석·간담췌외과 한대훈 교수)은 뇌사한 장기기증자와 생체기증자로부터 서로 다른 장기를 제공받아 수술하는 ‘폐·간 동시이식술’을 지난달 13일 시행해 환자의 생명을 되찾아줬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수술 받은 환자 서모(46)씨는 지난해 10월 간질성 폐질환과 자가면역성 간질환으로 장기이식이 아니면 생명이 위독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폐기능 저하로 산소통에 의지하던 그는 간경화가 심해 황달까지 나타난 상황이었다. 3월 초 그는 간경화로 인한 급성 간성뇌증(혼수)에 빠져 생명을 다투고 있었다.

다행히 이때 서씨에게 폐를 기증할 뇌사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간 제공을 위해 그의 아내가 나섰다. 이렇게 해서 그는 14시간에 걸쳐 간과 폐를 동시에 이식 받았다.

일반적으로 폐·간 동시이식은 한 뇌사자로부터 두 개의 장기를 수혜받아 이식한다. 이 경우 기증된 폐 상태에 따라 수술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수술한다. 하지만 뇌사자 장기기증이 많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이 같은 장기 구득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뇌사자와 생체의 동시 장기이식을 고려하지만 수술과정은 쉽지 않다. 양측의 장기상황을 고려하면서 수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뇌사자의 폐이식이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해 수술에 들어가고, 이때 동시에 생체기증자의 간절제 수술이 이뤄진다.

수술을 할 때 환자의 건강상태도 난제다. 간경화가 심하면 간 이식수술 중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 후 재출혈 가능성도 높다. 또 폐이식을 할 때는 체외순환기를 사용해야 하고, 이때 혈액응고제를 사용함으로해서 출혈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특히 기증받은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적기에 신속하게 수술해야 한다.

서씨는 이식수술 후 호흡기내과의 재활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호흡이 가능해진 지난 12일 퇴원했다. 그는 “지금은 숨 쉬는데 별 문제가 없고 컨디션도 좋아 퇴원하고 몸 관리를 하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동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뇌사자 장기 기증이 부족해 다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동시에 다장기를 수혜받기 쉽지 않다”며 “뇌사자 장기와 생체 장기를 이용하는 다장기이식수술은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환자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기이식팀은 2015년 특발성 폐섬유화와 알코올성 간경변증 남성환자(52)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뇌사자와 생체기증자의 장기를 이용한 폐-간 동시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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