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4.16 11:18

전체 차입금 규모 약 3조4000억원이 걸림돌
인수 통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기업들이 후보

금호그룹 본관 (사진=금호그룹)
금호그룹 본관 (사진=금호그룹)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과 전격적으로 합의하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됐다. 금호 측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빨리 진행할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오전 수정된 자구계획을 산업은행에 재출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긴급 채권단 회의를 갖고 자금 지원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체결하겠다는 결과를 내놨다. 채권단은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포함된 이번 금호 측의 수정계획을 수용하고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정상화해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동성 부족, 신용등급 하락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이 완료되면 1980년에 문을 연 아시아나 항공은 창립 73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재계 7위에서 기업순위 60위권의 중견기업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는 박삼구 전 회장의 사세 확장이 원인이라는 재계의 평가다. 박 전 회장은 2002년 4대 회장으로 취임해 2006년 대우건설 6조4000억원에 매입, 2008년 대한통운 4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자산규모를 26조원으로 불리며 재계순위 7위로 올랐다.

그러나 인수를 마무리한 이듬해인 2009년 찾아온 글로벌 외환위기로 건설 경기가 둔화되면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급락했고, 이때 투자자들이 자금회수를 하면서 그룹 전체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며 매입 및 인수한 부메랑이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나타나게 됐다.

◆ 새 주인 누가 되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이 나면서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적항공사를 보유 수 있는 기회로 희소성이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할 부채가 1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고, 전체 차입금 규모가 약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부담이 큰 것이 걸림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동원력이 있는 재계 서열 10위권 내외 대기업들이 인수 가능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SK그룹, 한화그룹, 호반건설, 롯데, 호텔신라, 신세계그룹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과 물류사업을 하는 CJ 등도 후보군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아직까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 중 SK그룹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1순위 후보로 예측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팀(TF)이 꾸려지며 내부적인 검토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정유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과 물류기반이 필요한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한화그룹이 인수 후보로 예측된다. 항공기 엔진 제조를 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전에 M&A로 성장한 경험이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인수기업 후보로 자금력이 풍부한 CJ가 거론된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을 앞세워 물류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항공 물류까지 사업 영역의 확장이 가능하다.

지난 2015년 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 공개입찰 당시 단독입찰에 나서면서 인수 의지를 보인 바 있는 호반건설도 유력 인수 기업 후보로 전망된다. 최근 호반건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애경그룹은 지주사의 현금 자산은 부족해 보이지만, LCC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어 항공업 노하우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대형항공사(FSC)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인수에 나설수도 있다는 업계의 전망이다.

신세계도 항공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바 있다.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이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때 인수를 검토했으며, 2017년 티웨이항공 인수 시도 중 포기한 경험도 있다.

현재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개시만 결정된 상황이다. 인수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지원책 등이 결정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기는 다소 이른 상황이기도 하다. 향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의 세부적인 매각 조건 조율이 어떻게 결정될지도 기다려봐야 하는 처지다.

결국 인수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은 만만치 않을 부담을 감안하고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확실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인수 의향을 보일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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