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04.17 12:20

"과세표준 3000억원 이상 38개사,이익 증가분 13.2조 중 7.5조 납부"
상장사 25%, 매출액·영업이익 동시 감소…수익성 저하 기업 증가 추세

(자료제공=한경연)
(자료제공=한경연)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지난해 법인세율 인상을 적용받는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당초 정부의 추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상장기업 4곳 중 1곳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KOSPI에 상장된 비금융 517개사 중 2018년 법인세율이 인상(22%→25%)되는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구간에 속한 38개 기업의 법인세비용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비용이 42.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한경연은 KOSPI에 상장된 비금융 517개사 중 2018년 개별재무제표 상 '법인세차감전이익'이 3000억을 초과하는 44개사 가운데 법인세비용 분석 가능한 3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의 법인세차감전이익은 2017년 83조3000억원에서 2018년 96조5000억원으로 16%(13조2000억원) 증가한 반면, 법인세 부담은 2017년 17조7000억원에서 2018년 25조3000억원으로 42.5%(7조5000억원) 늘었다. 법인세부담 증가율이 이익 증가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늘어난 법인세부담 7조5000억원을 세율 인상 효과와 이익 증가 효과로 나눠보면 세율 인상 효과가 4조6000억원, 이익 증가 효과가 2조9000억원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늘어난 이익 증가분(13조2000억원)의 절반이상(7조5000억원)을 법인세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비용 부담이 각각 2조2000억원, 8600억원 늘어나면서 상위 2개사의 부담액이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17년 법인세율 인상 당시,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면서 대상기업은 77개 기업에 불과하고 법인세 부담은 2조1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실제로는 이보다 2배나 많은 4조6000억원이 세율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것이다.

(자료제공=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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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장사 4개 중 1개사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분석대상 517개사(연결재무제표 기준) 중 2017년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기업은 188개사(36.4%),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294개사로 절반 이상(56.9%)을 차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기업도 131개사(25.3%)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기업 비중은 39.1%에서 32.1%로 줄어든 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기업 비중은 25.1%에서 25.3%로 다소 늘어났다. 우량기업은 줄어드는 반면 수익성 저하 기업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자료제공=한경연)
(자료제공=한경연)

지난해 매출 1조원이 넘는 덩치 큰 기업들의 실적도 하락세다.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인 192개사 중 53개사(27.6%)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절반(91개사, 47.4%)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기업도 16.7%(32개사)를 차지했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중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감소한 기업은 LG디스플레이로 2017년 대비 96.2% 감소했다. 이외에도 현대위아, 에스엘, 대유에이텍 등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들의 실적 하락 폭도 크게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지난해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들의 세 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실적 지표들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까지 기업 실적 증가를 견인했던 반도체업종의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 세제 혜택 등에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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