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4.17 16:38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정부가 노동자 단결권 강화를 위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라는 요구에 대해 '선입법 후비준'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선 비준 후 입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셈이다. 

다만 노사 간 협의가 진전이 없다면, 법 개정을 위해 정부가 먼저 비준동의안 초안을 마련해 제출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정책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그간 ILO에서 우리나라 노조법 등이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반된다는 권고를 수차례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제87호 협약 등 결사의 자유 협약은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므로 대통령이 비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동 협약과 상충하는 법 개정 내지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법 개정에 앞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겠지만, 최종적으로는 국회 동의가 있어야 비준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국회의 논의 상황을 보고 향후 비준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국회에서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발의 법안이 있어 관련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경사노위와 국회 논의 등을 지켜보면서 비준 방식에서 어떤 것을 취할지 제반 상황을 검토한 뒤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 재가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것에 대해서는 "입법사항 관련 조약일 경우 대통령의 재가만으로 비준하려면 위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한국 정부가 ILO의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최근 비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ILO 핵심협약 기준에 맞게 국내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나서 협약을 비준하는 '선 입법 후 비준' 로드맵을 내세우고 있다.

경사노위에서 법 개정을 위한 노사정 논의가 난항을 겪게 되면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일단 비준부터 하고 입법을 하는 '선 비준 후 입법'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민주노총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정부는 즉시 ILO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노동부가 입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가운데, 이에 따른 민주노총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선 비준 후 입법'에 대한 논의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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