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만수 기자
  • 입력 2019.04.22 11:44

김기동 수석코치 전격 승격시킬 듯

최순호 감독
최순호 감독

[뉴스웍스=최만수 기자] 포항스틸러스 최순호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포항 구단은 22일 “최 감독이 20일 대구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전화로 사의를 표했고, 다음날 직접 만나서 사퇴의사를 거듭 밝혔다”고 했다.

최 감독이 성적부진에 따른 책임감으로 사의를 표했고, 구단은 팀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감독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퇴 결정이 급속도로 진전됐다.

구단 관계자는 “최 감독의 생각대로 조금만 더 기다리면 팀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지금의 선수 구성과 팀 분위기로 봐선 반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홈 2연전인 수원(4월 26일), 울산(5월 4일)전을 앞두고 감독을 내보내기가 부담스럽지만 팀이 무너질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어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한 뒤 당분간 서울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향후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포항 사령탑으로 부임 후 최 감독은 사회공헌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해 스틸러스와 지역사회의 가교역할에 솔선수범했지만 지도자의 숙명인 성적에 발목이 잡혀 19살 때부터 정든 포항 둥지를 또다시 떠나야하는 비운을 맞았다.

사실 최 감독은 포항 사령탑에 복귀한 지 3년째인 지난 시즌 하위권에 맴돌며 경질 위기에 몰렸지만 대구전 3연승을 발판으로 최종 4위로 도약해 ‘경질론’을 잠재웠다.

그러나 운명은 고약했다. 1년 후 대구전 0-3 완패가 최 감독의 사퇴를 앞당겼다. 포항은 올 시즌 2승1무5패로 10위로 처졌다. 특히 원정경기 6경기(FA컵 포함)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는 극도의 골가뭄에 시달렸다. 최근 FA컵 32강전에서 수원에 0-1로 패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목표 하나가 단숨에 사라졌다. FA컵을 포함해 4경기에서 1무3패에 빠지자 최 감독으로선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최 감독은 지난 2016년 9월 시즌 도중 경질된 최진철 전 감독을 대신해 12년 만에 포항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당시 강등 위기에 있던 팀을 잘 추스르며 9위로 1부리그에 잔류시켰다. 2017년 시즌 7위로 상위스플릿에 오르지 못해 시간이 필요해보였고, 지난해에는 공격축구를 앞세워 4위를 차지하며 팀 리빌딩에 성공한 듯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핵심전력인 수비형 미드필더 채프먼의 석연치 않은 이탈과 지난해 하반기 성적을 견인한 김지민, 이석현, 이진현 등 영입 주축선수들이 부진한데다 야심차게 데려온 브라질 공격수 데이비드의 부진, 신예들의 경험부족 등이 겹치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포항은 22일 오후 차기 사령탑 인선 등 구단의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최 감독의 후임으로 김기동 현 수석코치가 확정적이다. 포항 구단은 김 코치를 감독으로 전격 승격시키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김기동 코치가 선수들을 잘 알고, 지금 새 감독도 데려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있지만, 일단 김 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길 생각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협상 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순호 사단’으로 분류되는 김 코치 역시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감독 대행을 맡기기엔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감독 승격 이유다. 게다가 감독 대행체제로선 ‘영(令)이 서지 않아’ 팀을 부활시키기 어렵다는 측면도 고려했다. 다만 포항 구단은 김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키더라도 성적부진 시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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