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4.23 10:53

선거제 개편되면 의석수 감소 우려 커…정의당은 대폭 증가
공수처, 국회의원도 '고위공직자'로 수사할수 있지만 기소할 수 없어

23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유의동 의원, 김관영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가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23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유의동 의원, 김관영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가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지난 22일 여야가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법에 대해 잠정 합의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당의 사활을 걸고 저지투쟁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23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총력 저지에 나설 태세다.

앞서 전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제와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건 의회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린 것"이라며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말한 국회 260석, 좌파 장기집권 플랜의 시동이다.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한국당이 20대 국회의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겟다는 선언으로 읽혀진다. 23일 오전에 개최되는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도 '국회일정 보이콧'과 '전면적 장외투쟁'이 결의될 확률이 커보인다. 정국이 극한의 냉전 상황으로 돌입될 전망이다.

◆ 본질은 한국당의 '의석수 감소 우려'

한국당이 이처럼 극렬한 반대 기류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번 여야4당이 잠정 합의한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이 현실화될 경우 21대 국회에서 한국당의 '의석수 감소'가 불보듯 뻔하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여야4당의 잠정안은 전체 의석수를 300석으로 고정하고, 기존 253석과 47석인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25석과 75석으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지역구 28석이 비례대표 몫으로 전환된다. 이를 20대 총선 득표 현황에 적용하면, 민주당은 123석에서 106석으로, 한국당은 122석에서 109석으로 각각 17석, 13석 감소하게된다. 반면 38석을 얻었던 옛 국민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전신)은 60석으로 22석이나 늘어난다. 정의당은 6석에서 15석으로 의석수가 대폭 증가한다.

이런 까닭에 그동안 민주당과 한국당은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에 미온적인 태도였던 반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당의 사활을 걸고 단식투쟁까지 불사하며 이것의 관철에 매달려왔던 것이다. 따라서, 한국당은 생존투쟁 차원에서라도 극렬반대에 나선 것이고 이런 기류는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이 어떤 암초를 만나서 좌초되지 않는 한, '장외투쟁'의 형태로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개최된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개최된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 바른미래당 내홍이 '변수'될 듯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을 처리하기 위해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재적의원 5분의 3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 외에도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동참이 필수다. 한마디로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은 23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앞서 전날 여야4당이 잠정합의한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의 추인을 시도한다.

바른미래당 내에선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보수성향 인사들의 반대가 심한 상태다. '선거제도는 선거의 룰을 다루는 문제인데, 직권상정의 일종인 패스트트랙으로 이를 처리하는 것은 다수가 룰을 정하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번에 패키지로 처리하는 공수처 설치 문제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대체적으로 합의가 된 상황에서 굳이 옥상옥 우려가 있는 권력기관 설치가 필요하냐는 의문이다. 당론 추인 절차를 두고도 이견이 분분하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당론 채택에 3분의 2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당헌 당규에 그렇게 돼 있다"고 반발했다. 현재 바른미래당에는 당내 활동을 않거나 징계를 받은 의원들을 제외하면 총 의원 수가 24명이다. 이중에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그의 3분의 1인 8명인 상태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주장대로 된다면 이번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 건의 당내 추인을 받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출신들의 반대의 기저에는 최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체제'의 진퇴를 둘러싸고 진행중인 당의 내홍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 '국회의원'은 공수처법 '기소 대상'에서 빠지나

여·야 4당이 지난 22일 잠정합의한 '공수처'법에서 적용 대상으로 삼고있는 '고위공직자'에는 누가 속하는지도 관심사다. 여기에는 대통령 및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국가정보원 소속의 3급 이상 공무원이 포함된다. 국회 측에선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 예산정책처, 국회 입법조사처의 정무직 공무원이 포함된다. 행정부에선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소속의 정무직 공무원, 각 부처 장관·처장·청장,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가 포함된다. 이에 더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도 포함됐다. 자치단체장에는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 지사 및 교육감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되었던 사법부와 검찰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대법원장 비서실, 사법정책연구원, 법원공무원교육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의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 판사 및 검사까지 포함됐고, 경찰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 해당된다.

다만, 공수처법에서 규정한 '고위공직자'들 전체에 대해 공수처가 '기소권'을 발동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이 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회의원도 '수사대상'에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회의원을 기소할 수는 없게 돼있다는 측면에서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그동안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논의'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공수처에 기소권 부여' 문제에서 민주당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 법안의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이 반대해서 무산 위기에 몰리자 민주당이 한발짝 양보해 공수처는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갖지만 기소권은 판사, 검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사건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향후 공수처 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등 다양한 주체들이 엮인 '게이트'급 권력형 비리 사건이 발생해도 검찰과 법원, 경찰 연루자에 대해서만 소(訴)를 제기할 수 있는 한계를 지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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