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4.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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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손진석 기자]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국내에서 판매된 친환경차는 1만1138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60.8% 증가했다. 매년 친환경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국내 친환경차 등록대수가 10만대를 넘었다.

급속도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서 보조금 지급에 대한 차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전기버스에 주는 보조금에 대한 불만이 시장 일각에서 커지고 있다.

국내 친환경차 시장 확대와 더불어 중국산 전기차의 수입도 증가하면서 정부는 차별 없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한국산 차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 심지어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해도 중국에서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시장 일각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중국산 전기버스는 지난해 63대가 국내에서 팔렸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는 5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국산보다 1억원 가량 저렴한데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런 현실에서 국산 전기버스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반면에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사드 사태 이후  중국정부로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차별을 받고 있어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자동차를 보조금 지급에서 제외했다.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뉴 위에둥 일렉트릭’을 출시했으나, 한국산 배터리를 쓴다는 이유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자 중국산 배터리로 교체해야했다.

한편, 전기버스는 2010년 12대가 서울·대전 지역에 도입되면서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해 2016년 제주를 비롯해 전국에 31대가 보급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98대, 2018년 168대가 판매되며, 본격적인 시장 형성이 됐다.

2018년 이후 현대차와 에디슨모터스가 전기차 버스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2017년 등장한  중국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관리법·대기환경보전법·소음진동관리법 등 관계 법령에 맞게 자동차와 관련된 각종 인증을 마치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된다. 그리고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기차의 평가항목 및 기준에 적합면 생산 국가를 따지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산 전기 버스는 지난해 지급된 보조금 중 40% 이상을 지원 받았다. 초기 시장에서 제기됐던 중국산 차에 대한 품질 등에 대해 중국 브랜드는 정비 인력을 상주시켜 현장에서 문제를 즉시 해결해 주는 등 기술 수준에 대한 제고로 시장의 신뢰를 쌓고 있다.

물론 일부 중국산은 여전히 국산차에 비해 제원이나 품질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지만, 향후 중국산 전기 버스에 지급될 보조금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차별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도 전기차와 배터리의 평가항목 및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내 지급방식과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중국 정부가 매달 보조금 지급 대상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쓰지 않은 차량은 제외하는 등 보조금 지급에 직·간접적으로 차별을 두고 있다.

이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두고 지난해 9월에 무역장관회의를 개최한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은 주요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외국계 회사에게는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을 놓고 무역 상대국들은 시장 원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내국민대우’ 원칙을 통해 외국인을 자국인과 동등하게 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차별적인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중국이 관련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명확하게 지적할 수 없기 때문에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된뒤 문제점이 드러나 WTO에 제소한다해도 중국이 강하게 반발해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우리 정부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미 사드 사태에서 경험한 것처럼 국력의 차이를 실감한 바 있다. 지속적인 항의와 역차별 시정요구는 가능하지만 WTO 제소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일부 국산차 업체와 버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현행 보조금 지원 기준을 중국 정부의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지급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산 부품 장착 비율이나 국내 연간 산업계와 협력 정도 등과 한국 시장에 부합하는 제원 및 실내 품질 수준 등이 추가된 종합적 기준 등을 적용해 차등 지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행중인 친환경전기버스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운행중인 친환경전기버스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가격 때문에 차를 생산할 때 마다 일정 수준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 적자 규모를 줄이려면 대량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한다. 그러나 현재 비싼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의 구매가 증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초기시장인 전기차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전까지 보조금의 힘을 빌려야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보조금 지급 차별 정책은 단기적으로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제고하는 등 중국에 이익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경쟁을 통한 상호학습과 혁신을 제한해 중국 자동차 산업에도 해가 될 수 있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국내 친환경자동차 보조금 지급 규정을 고쳐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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