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4.27 07:17

한국은행 전망 2.5%보다 낮아…저성장 기조 고착화 우려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전분기 대비 0.3% 역성장하면서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지속된 수출 감소세와 투자 위축 등이 발목을 잡은 가운데 지난해 4분기에 무려 18%가 늘었던 정부 지출도 기저효과로 작용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는 등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1월 예측보다는 0.1%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은 올해 흐름을 ‘상저하고’로 평가하면서 상반기 2.3%, 하반기 2.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이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고 10년 만에 최악이었던 만큼 올해 성장률 2.5%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산술적으로 보면 2분기 1.5% 성장하고 3~4분기 각각 0.8%, 0.9%씩 증가하면 연간 성장률 2.5%를 달성할 수 있다”며 “2분기부터 경제성장 속도가 가팔라져 2.5%의 성장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구(IMF) 등 국제기구들이 세계경제 전망을 낮추고 세계교역량 전망을 큰 폭으로 하향조정하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속되는 수출 부진은 성장률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전년동월 대비 반도체 수출은 수요 부진 및 가격 하락 영향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월간 수출도 이때부터 3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시현 중이다. 4월 1~20일 수출마저 8.7% 줄면서 상승 전환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 해외 IB들도 우리나라가 단기에 수출 모멘텀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한다”며 “상반기 2.1%, 하반기 2.4%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외견상 '상저하고' 흐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2.7%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저상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며 “6조7000억원의 추경 편성을 밝힌 정부가 곧바로 추경 규모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추경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으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대로 반등하지 못할 경우 추가 추경을 비롯한 경기부양책을 확대 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소비를 이끌었던 오락·문화, 의류·신발 지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설비투자 감소세가 우리나라 성장률 기여도를 깎아먹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1분기 저조한 성과를 감안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3%로 예상한다”며 “미국과 유럽은 긴축을 뒤로 미루고 중국은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있는 반면 한국은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나 중국 대비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1분기 GDP 부진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마이너스 성장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고 예단할 수 없다”며 “큰 폭으로 떨어졌던 정부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호전된 흐름을 보이고 있고 IMF가 ‘글로벌 경기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처럼 글로벌 경제 여건도 차츰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역성장은 이례적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만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편, 4월에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여행수지 적자 개선 등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 축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고 외국인 배당금 송금이 집중되는 달인 만큼 7년 만에 적자를 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이 8.7% 하락한 가운데 무역수지는 9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4월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83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7억7500만 달러 줄어든 상태다. 앞서 2월에는 상품수지가 54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4년 7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박상현 하이투자 연구원은 “수출 및 제조업 경기 부진, 반도체 업황 개선 지연 및 분기 중 낮은 재정효과 등으로 성장률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4월에는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4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시현해도 배당금 송금 수요 등에 의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공산이 높으나 경기 반등 지연과 유가상승 영향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폭 감소로 경상수지 흑자규모 축소 기조가 이어질 수 있는 점은 부담”이라며 “이러한 우려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문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도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하더라도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저성장이 고착될 경우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동시에 불안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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