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4.27 07:30
지난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비무장지대를 세계유산으로' 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지난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비무장지대를 세계유산으로' 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1심 구형을 보면서 '개전(改悛)의 정(情)'이라는 것이 구형량과 깊은 관계에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흠 투성이인 사람인지라 죄를 저지른 것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이후 더 중요한 점은 '깊이 반성하고 있느냐'는 것이 형벌의 경중을 가름하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에서다.

지난 2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3호 법정에서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창훈)의 심리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그동안 19차례 재판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던 이 지사는, 이번에도 자신의 친형인 故 이재선 씨의 강제입원 시도에 대해 "정당한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지사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개전의 정이 없다"며 이 지사에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600만 원을 구형했다.

특히 '친형 강제입원' 건에 대해 검찰은 '이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친형을 정신병 환자로 몰아 감금을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에 대해 검찰은 '죄질도 좋지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는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 우리나라 법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죄에 대해서 반성하느냐의 여부'다. 이에 따라 형량이 현저히 갈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판단에 '명백한 죄를 저지른 사람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는 가중처벌의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판사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달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로서 자신이 할 일이 많으니 그 부분을 감안해달라는 의미일 수 있겠지만, 이 지사를 범죄인으로 보고있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이런 언급이 곱게 들리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자신이 할 일을 하겠다는 것은 성실성과 책임감으로 들리겠지만, 범죄자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치면 '일단, 죄값을 치르고 나서 그 이후에나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생각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와 연동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범죄행위를 저질러 구속될 위기에 놓였을 때 흔히 하는 얘기가 하나 있다. "내가 구속된다면 내가 수장으로 있는 기관이 제대로 안 돌아갈 것이고, 우리 정치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므로 이를 감안해 달라"는 논리다. 이른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활용되는 슬로건이다.

이런 레토릭에 과연 합리성이 있을까. 이같은 논리에 따른다면 해당 기관은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게 아니라, 그 기관의 수장이 작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자백'과 다름 없다. 만일, 해당 기관의 수장 뿐만 아니라 그 기관 구성원 중의 그 누구가 조직에서 빠지게 되더라도 체계적으로 후임자로 대체되고 별 무리없이 운영돼야 정상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관의 수장이 구속됐다해서 그 기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그 기관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실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심히 왜곡돼 있다는 반증일 뿐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한 명이 경기 도정에서 빠진다고 해서 경기 도정이 무너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력과 실력을 갖춘 경제부지사나 정무부지사 등도 있거니와, 이밖에도 경기도의 행정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믿고 싶다. 혹여라도 비상시기에 지사 직무대행을 할 적격자가 없다면, 인사권자인 이 지사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밖에도, 이 지사가 자신의 친형인 이재선 씨의 강제입원 건과 관련, 언급했던 내용도 '심할 경우 커다란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이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는 "가족들 모두가 원하는데 방법이 없으니, 법에 의한 절차를 검토해본 결과 (강제입원을) 시키는 게 맞는데, 공무원들은 하고 싶지 않아 했다"며 "가족이기 때문에 싫다는 공무원한테 강요하기 어려워서 제가 접었다. 굳이 얘기하면 직무유기를 한 게 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형법 제7장의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의 '제122조 직무유기 항목'에선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고, 동법 제123조의 '직권남용' 항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고 적시돼 있다.

물론, 지난 25일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내려진 것은 검찰의 '구형'일 뿐, 법원의  '선고'는 아니다. 따라서 '1심 선고'가 내려지는 5월 16일 판결까지는 징역 1년 6개월, 벌금 600만원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일 뿐이다. 5월 16일 선고에서 비록 형량은 경감될지라도 '유죄'로 판결날 경우, 이는 '개전(改悛)의 정(情)'이 없었던 영향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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