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4.28 05:30

'로빈후드', 미국선 기업가치 6.5조원이지만 한국선 '인가'조차 못 받을 판
"대형금융사 위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소기업에도 관심 가져야"

(사진=로빈후드 홈페이지)
주식거래 앱 서비스 업체 로빈후드는 거래 수수료 '제로(0)' 혜택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며 미국 증권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 '메기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로빈후드 홈페이지)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전 세계 유니콘기업 중 10% 이상이 핀테크 업체다. 하지만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금융규제가 비교적 엄격한 국내 법령을 적용 받을 경우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거나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국내 핀테크 업체들을 옥죄는 규제가 조속히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1월 말 기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미화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은 361개로 집계됐다. 이중 핀테크와 이커머스·마켓플레이스 업종이 각각 39개로 가장 많고 인터넷소프트웨어·서비스가 32개(8.9%), 헬스케어가 19개(5.3%)로 뒤를 잇고 있다. 단 이커머스·마켓플레이스를 개별 업종으로 놓고 보면 핀테크가 차지하는 비중(10.8%)이 단연 높다.

이중 한국 기업은 쿠팡, 크래프톤(舊블루홀),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엘앤피코스메틱, 위메프,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등 8개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핀테크 업종이 선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비바리퍼블리카 등 1개사만 이름을 올렸다.

핀테크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 탓으로 보고 있다.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혁신성장, 이대로 괜찮은가 : 국내 스타트업 성장과 글로벌 핀테크 경쟁력’ 토론회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라는 키워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해당 업종의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상당수가 유니콘기업으로 진출했다”며 “하지만 이들이 국내 법을 적용받으면 사업을 시작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니콘 기업 기준인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해외 핀테크 기업들도 한국에서 사업할 경우 상당한 제한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주식거래 앱(APP)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빈후드다. 로빈후드는 점포 없는 핀테크 계열 증권사로 모바일 앱을 통해 주식거래 중개서비스를 하는 대신 투자자의 예탁금과 마진거래를 기반으로 이자수익을 얻는다. 중세 영국 귀족 재산을 빼앗아 빈자들을 도왔다는 의적 로빈후드의 이름을 따온 만큼 증권거래 수수료를 없앴다. 이 같은 파격으로 관심을 모아 출시 4년 만에 이용자 400만명, 주식거래액 1500억달러라는 성과를 내며 기업가치를 우리돈 6조5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로빈후드는 한국에서 증권업 면허를 받기도 어렵다. 금융당국은 은행업과 달리 증권업을 이미 충분히 경쟁적인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어떤 업종이 경쟁시장이라고 판단되면 과당 경쟁이 우려돼 추가 인가가 어렵다. 인가신청을 받더라도 미국보다 엄격한 자기자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을 마련해 회사를 설립하더라도 운영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로빈후드는 현재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데이터 저장·처리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중요 정보’에 한해 제한적으로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다. 개인 신용정보 등 중요정보를 다루려면 당국이 제시하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물론 정부와 금융당국도 핀테크 등 금융 관련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을 높일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으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 1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전신청과제 105건을 접수받은 뒤 우선심사 대상으로 19건의 서비스를 심사했으며 이중 혁신금융서비스 9건을 최종 선정했다. 또한 1월 사전신청 받은 105건 중 일반심사 대상 86건에 대해 오는 5월 초 정식 신청을 접수받아 규제개선에 속도를 올릴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규제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업계는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평가위원회 위원인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23일 토론회에서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등 금융 규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규제별로 관련 부처 간 입장 차이가 커서 속도를 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대표 역시 “아직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심사 중이라 조심스럽지만 최근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9건이 대형금융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을 보면 당국이 작은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 개선에는 관심이 크게 없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정부가 스타트업 몇 개를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고 얼마나 금융을 지원하겠다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그렇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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