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대학 강사법은 또 하나의 '악법'
[김필수 칼럼] 대학 강사법은 또 하나의 '악법'
  • 왕진화 기자
  • 승인 2019.05.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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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김필수</b>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올해 8월부터는 각 대학에 새로운 '강사법'이 적용된다. 이는 최고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교육의 근간을 흔든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교원에 대한 규정은 상황에 따라 지금도 문제가 있는 현 대학교육에 심각한 결격사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관계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자동차공학을 가르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미래 인재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여러 우려가 있다.

이번 '강사법'은 교원의 지위를 보장하고 이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하며, 4대 보험과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1년부터 한 대학 강사의 자살로 강사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었으나 이제야 법적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취지와 의미는 있으나 문제는 현실 상황과 너무 동떨어져 보인다. 포장만 그럴 듯하다는 의미다. 상기한 지위를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지원예산이 극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려 한다. 설사 자금이 마련되어도 국민의 혈세를 지속적으로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는 끌어모은 세수를 돈으로 뿌려주는 포퓰리즘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이 문제도 역시 정부의 예산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한 예산 집행이 아니라 생선을 직접 주는 일시적인 인기 정책으로 계속 진행한다면 향후 심각한 부작용은 물론 엄중한 책임에 대한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해외 이탈리아나 남미 등 자금을 직접 뿌려준 정책으로 흥한 국가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각 대학은 10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예전 정치적으로 활용한 반값 등록금과 반값 아파트 등 솔깃한 거짓말로 국민적 현혹을 일으킨 문제를 현실에 적용하는 무리한 선심성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은 교육부의 압력과 재정지원금을 무기로 아예 등록금을 동결해버렸다. 여기에 계속 줄어드는 입학 지원자와 대학당국의 무리한 대책으로 교원의 신분은 앞서 언급한 강사와 다름없는 상황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지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무리한 성과급 제도 등 졸라매는 대학정책으로 월급은 도리어 줄어들었고 그나마 매달리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사업을 따기 위한 교원의 고군분투로 상아탑이라는 대학교육은 이미 상당히 무너졌다. 교원이 교육에 매달리기 보다는 필요 없는 서류작업에 매달리면서 교육부의 재정을 따기 위한 단순 노동자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1년간 계속 진행되는 학생 모집으로 교수는 이미 영업사원이 된지 오래라 할 수 있다.

대학에서 30년 가까이 교편을 잡고 있는 필자도 자괴감 정도가 아니라 포기 상태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필자는 수십 년 전에 상당기간을 주직으로 강사직에 종사해봤다. 심지어 약 5대 대학에서 매주 4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강의를 시행하면서 몸이 바짝 마른 기간도 있었다. 물론 방학 기간 중에서는 전혀 강사료가 없는 만큼 어려움도 컸다. 그러나 지금도 그 시절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과목과 새로운 학생을 만나면서 새 교육방법을 개발하기도 하며, 주변의 인간관계를 넓히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발판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확신한다.

이번 강사법 시행에 앞서 모든 대학들이 상기한 재정적 부담으로 전임교수의 시수를 늘리고 겸임교수로 돌리며, 강좌당 학생수를 늘려 강사를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미 예전 강사수 대비 과반으로 줄어들었다고 언급할 정도다. 필자 주변에도 해외에도 없는 무리한 강사법으로 현직 강사의 기회마저 박탈했다고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무보수가 괜찮다고 교육 기회만 달라고 하는 강사를 사용할 수도 없고 1년 이상을 보장하면 2년을 보장해야 하는 만큼, 올 8월 시행에 앞서 올 초에 미리부터 강사수를 줄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강사는 강사법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대학의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강사를 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대학교원의 인건비는 10년간 동결되면서 심각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논리는 산 정상을 잘라서 골짜기를 메꾸는 포퓰리즘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교육을 비롯한 모든 것을 하향 평준화를 시킨다는 것이다.

강사의 입장에서는 정규 교수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고 대학에서는 다양한 교과과정을 통한 좋은 강사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다.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교육과 진취적인 경향이 높은 질적인 강사를 통한 교육기회를 박탈당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자녀가 좋은 교육을 받길 원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도 진행예전인 강사법에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아니면 말고' 식의 악법이 대학 내에 탄생했다. 이미 해외에도 없는 민간을 포함한 김영란법 같은, 청렴결백한 청탁금지로 포장한 심각한 결격사유를 가진 악법에 또 하나의 악법이 추가된 셈이다. 도리어 현 정부의 최저 임금과 같이 시간당 강사료의 최저 기준을 지정하였다면 이러한 사태를 피하면서 대학의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의 악법인 강사법을 시행하기에 앞서 겹겹이 누적되는 악법으로 국가적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교원의 꿈을 안고 절심하게 노력하고 있는 대학 강사들의 일자리마저 앗아가고 있는 정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국회와 교육부는 실상은 제대로 알고 진행하는 것인가.

현실의 상황과 수준을 무시하고 탁상행정식의 강사법 같은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국가적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회복 불가능한 상황까지 올 수 있는 만큼 더욱 걱정이 앞선다. 부자를 인정하지 않고, 천재를 인정하지 않고, 세수 확보에만 혈안이 된 정책과 더불어,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면서 노동자를 위하는 듯한 포퓰리즘이 대세가 된다면 선진국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교육이 망가지면 기본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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