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의 정문일침] 반도체 산업보다 더 '중요한 것'
[이재무의 정문일침] 반도체 산업보다 더 '중요한 것'
  • 이재무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0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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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엔지니어가 웨이퍼를 옮기고 있다. (사진출처= Pixabay)
반도체 엔지니어가 웨이퍼를 옮기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반도체 산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반도체는 국가 재건과 경제적 부강을 이루고자 고군분투했던 전 국민의 열망과 노력이 막 성과의 꽃을 피우려고 하던 198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를 견인했던 핵심 분야 중 하나였다. 반도체는 정부를 포함한 사회적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는데, 매장된 천연자원이 희소하고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에게 반도체야말로 고부가가치를 가진 최적의 첨단산업이었다. 이후 반도체 산업은 눈부신 기술의 성장을 이루며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 난국을 타파하는 최고의 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하였고, 그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으며, 관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 설 수 있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통한 불황의 타파를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소식은 침체에 빠져있는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시켜줌으로써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국내 경제 및 산업 전체에 매우 희망적이고 고무적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견 아쉬움이 남는다. 불황의 늪을 빠져나가려는 시도가 과거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반도체 산업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벌과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일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산업구조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대규모 기업에 비할 바가 못 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우수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즉, 국내 반도체 산업은 소수 대자본이 전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수익도 독차지하는 독과점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반도체 산업의 활성화가 내수시장이나 서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 근래 일시적으로 부진에 빠져있어서 그렇지 지금까지 반도체 산업은 불황이나 경기 침체가 유지되는 기나긴 경제적 악재 속에서도 영향을 덜 받거나 오히려 높은 수익을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한 때를 모두 되짚어보면,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과 그곳에 종사하는 일부 근로자들이 혜택을 만끽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물가가 내려가지도 않았고, 국민들의 곤궁함이 나아졌다는 현상은 명백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물론 반도체 산업이 활발하게 돌아가면 법인세 등 각종 세금 납부가 크게 늘면서 양호해진 국가 재정 상태를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더 많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소위 '낙수효과'에 근거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2018년 기준 국내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883조원으로 2017년 대비 거의 10%가 늘어났는데 그 막대한 유보금의 대다수가 실물 투자에 이루어지지 않고 이자를 생성하는 당좌자산 등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희대의 불황 속에서도 재벌들은 막대한 현금을 챙겼지만 각종 이유를 들이대며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하청업체 근로자 등에 대한 처우개선 노력이나 사회적 재투자는 미미했다는 의미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수익은 혁신과 노력의 결과이다. 그리고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국가 체제에서 세금과 임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어디에 얼마를 쓸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그러나 국내 재벌들이 현재 자리에 오르기까지 국가경제와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져왔는지 생각하면 자유시장경제의 원론적 논리만을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처럼 특정 소수 대자본이 주도하는 산업의 활성화가 국민 생활 경제 여건의 개선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놓고 판단해보면 문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활성화 전략은 과거 정부들이 택했던 ‘국가 살림이 넉넉해질 수 있는 산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답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달라야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천명한 종합반도체 강국이 새로운 전략으로써 가치를 가지려면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IT 중심 4차 산업의 명과 암을 분명하게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이들 첨단산업은 분명히 미래 먹거리로 높은 가치가 있지만 기존 산업과 일자리를 소멸시키는 현상도 창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관련 사안들에 대한 정부의 냉철한 판단과 준비 수준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반시장주의적이고 위법적 권력에 관한 시비가 일어날 것이 명약관화하지만 소수의 독과점 자본들이 자신들의 과도한 수익을 사회에 재투자하고 환원할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강력하게 조처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부작용을 감내하고 시장에 강제로 개입해야 할 만큼 서민들의 실물 경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 산업 및 경제체제의 대대적인 재편 작업을 구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산업 구조는 첨단의 끝을 향하는 상부 구조에 비해 기초를 이루는 하위 구조는 여전히 노동집약적이고 열악한 수준의 제조업과 유통업, 소상공인 중심의 자영업이 저변을 이루고 있다. 완전히 상반되고 이질적인 성격을 지닌 상하로 구성돼 있다는 뜻이다. 이렇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과 성과가 전체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 영세 산업을 지원하며 이들의 내구성과 체질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고 그를 기반으로 국가산업 구조를 첨단산업 체제에 적합하도록 변모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장기적이고 전략적 기획 하에 정부가 실효적인 정책을 마련, 실행하면서 지금의 총체적 경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일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이재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디테크융합연구소 연구교수.
이재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디테크융합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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