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5.18 05:00

새만금사업으로 전북 연안 어업생산량 1990년보다 74% 감소
"썩은 냄새가 진동할 '죽음의 호수' 옆 국제적인 수변도시가 웬 말"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 "새만금 간척은 세계 최대의 생태재앙"

2019년 1월 새만금 (자료제공= 유성엽 의원실)
새만금 개발지역 '남북 3공구 현장' 전경. 2019년 1월 현재 상태. (사진제공= 유성엽 의원실)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30년 넘게 추진돼 온 전라북도 새만금 개발계획이 본격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화려한 청사진에 따른 장미빛 미래에 대한 기대 속에 상대적으로 숨겨진 어두운 측면도 못지않게 부각되고 있다.

새만금사업은 전라북도 부안군과 군산시를 잇는 33.9㎞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축조함으로써, 내부토지 291㎢와 담수호 118㎢ 등 총 409㎢의 땅을 새롭게 조성하는 단군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이다. 이는 서울의 2/3, 파리의 4배에 해당하며,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에게 약 9.9㎡씩 나누어 줄 수 있는 크기다.

지난해 9월 27일에 새만금 남북도로 2단계를 착공했고, 같은 해 12월 7일에는 새만금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상태다. 현재는 방조제가 완성되고, 교량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단계라서 새만금 개발이 청사진대로의 모습을 보이려면 상당한 시일이 흘러야할 것으로 예측된다.

새만금 개발은 국토개발계획 차원에서 이뤄지는 거대 국책사업이지만, 실질적 효용성은 당장 오는 2023년 열릴 예정인 '부안 세계 스카우트잼버리'에 맞춰져 있다.

지난 2017년 8월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부안 새만금으로 유치가 확정됐다. 2023년 8월 1일부터 8월 12일까지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제1지구(267만평)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대회에는 170개국 5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세계 잼버리대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1991년 8월에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바 있다.

거대한 규모로 열리는 세계대회인만큼 준비할 일이 많다. 한국농어촌공사를 시행기관으로 결정, 지난해 1월부터 새만금에 잼버리 야영장 매립공사가 시작됐다. 2022년 10월에 완성될 예정이다. 세계잼버리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리허설 격으로 열리는 '2021년 프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위해 새만금 지구 중 약 47만평은 2020년 10월까지 우선적으로 매립을 마칠 예정이다.

 

지난 2015년에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열린 '제23회 일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모인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 한국스카우트 연맹 소속 대원들의 모습도 다수가 보인다. (사진제공= 부안군청)
지난 2015년에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열린 '제23회 일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모인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 한국스카우트 연맹 소속 대원들의 모습도 다수가 보인다. (사진제공= 부안군청)

이처럼 '받아놓은 날짜'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데, 새만금 개발계획과 관련된 인프라 구축은 아직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불과 2년 후로 다가온 '프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가 가능할 정도로 준비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세계 잼버리대회에 대비해 도로를 깔고 있다"며 "2023년 이전에 도로 인프라 구축을 완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발할 부지 중에서 농지 부분은 농식품부에서 운용하는 농지관리기금을 재원으로 해서 일이 추진된다. 반면, 도시용지는 정부자금이 아닌 민자를 투자해서 매립을 하도록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도 제대로 안 돼있는데 민자투자가 들어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2023년 잼버리대회 이전에 십자도로를 완성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투자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접근성이 좋아지니까 투자자들의 심리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태에선 민간투자가 어려우니까 새만금 개발공사라는 공기업을 만든 것이고, 거기에 정부가 출자를 해서 그것으로 일단 개발을 하면서 (개발된) 땅을 분양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가지고 다시 또 재투자를 하도록 계속 민간의 투자 유인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계획"이라며 "한마디로 정부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고 나면 민간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설명을 듣다보면 과연 오는 2023년 잼버리대회 직전까지 '관련 도로만 겨우 완공되는 수준이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그보다 2년전에 개최되는 '프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 전까지 47만평 매립공사가 제대로 완료될 수 있을지조차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북도청의 한 관계자는 "민간 공모로 추진하는 것은 힘들다. 수익을 전제로 하는 민간사업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만금사업 전체가 지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전라북도와 정치권은 민자사업의 재정사업 전환을 위해 정교한 논리와 정치력으로 설득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전라북도는 2023년 '부안 세계잼버리 대회'라는 대규모 국제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새만금 국제공항의 완공은 2028년으로 예정돼 있는 상태다. 새만금 잼버리대회 개최 전까지는 공항 완공은 불가능하다.

◆전북 수산물어획량 4분의1로 감소

이런 가운데, 2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인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지난 4월 22일 출범 기자회견문에서 "새만금사업은 세계 최대의 생태재앙이자 전북도민의 비극"이라고 질타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2003년~2009년까지 새만금 내·외측을 대상으로 '새만금 수역 및 간척지의 생태변화조사'를 했다. 사진은 '새만금 어류조사 지점'을 표시한 것이다. (이미지 제공= 전북녹색연합)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2003년~2009년까지 새만금 내·외측을 대상으로 '새만금 수역 및 간척지의 생태변화조사'를 했다. 사진은 '새만금 어류조사 지점'을 표시한 것이다. (이미지 제공= 전북녹색연합)

이들은 "1987년 대통령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은 세계최대의 생태재앙이자 전북도민에게는 희망고문에 불과했다"며 "새만금개발로 인한 피해는 단지 새만금 안쪽의 어민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만금사업으로 전북도의 수산물어획량은 4분의1로 감소했다"며 "인근 충남과 전남이 두 배로 늘어난 것과 정반대"라고 분개했다.

아울러 "수산물어획량 감소로 인한 전북도의 피해액은 7조5천억에서 15조원에 이른다"며 "가공과 서비스로 이어지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는 천문학적"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새만금사업 이후 군산과 부안, 김제의 어촌마을은 황폐화됐고, 지역경제는 최악"이라며 "그 동안 새만금은 재벌건설업체의 돈벌이 대상에 불과했으며, 전북도민에게 돌아온 것은 고작해야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새만금사업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피해와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수산물어획량 감소에 대한 이들의 주장은 '전북녹색연합'에 의해 확인됐다.

전북녹색연합은 통계청의 '전북도 주변지역 어업생산량 변화 비교'라는 자료를 토대로 전라북도 연안에서의 어업생산량이 1990년과 비교해 74%감소한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새만금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인 1990년 전라북도의 연안어업 생산량은 일반해면 어획량이 8만4천톤, 천해양식 생산량이 6만1천톤으로 전체 14만5천톤이었다. 하지만 2015년 기준 전라북도의 일반해면 어획량은 2만1천톤, 천해양식 생산량은 1만6천톤으로 전체 3만7천톤에 그쳤다.

◆백합 94%나 줄어전체 어업손실액만 15조원 이상 

이뿐만 아니다. 통계청의 또 다른 자료인 '전북도 패류 생산량 변화'에 의하면, 갯벌과 깊은 연관이 있는 바지락 등 조개류의 생산은 1990년 전북지역 어획량이 3만7,715톤 이었으나, 2015년에는 3,360톤으로 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새만금갯벌을 대표하던 조개류인 백합의 경우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북지역 생산량이 1986~1990년 사이에 연평균 935톤 생산했지만, 2011~2015년 최근에는 연평균 53톤을 생산하는데 그쳐, 약 9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전북지역 백합 생산량은 1986~1990년에 전국생산량의 60~85%의 규모이며, 2003~2007년에는 88~92%까지 차지했던 것이다.

(이미지 제공= 전북녹색연합)
(이미지 제공= 전북녹색연합)

이에 더해 '어업생산량 감소로 인한 전라북도의 어업손실액'을 추산해 보면, 1990년과 동일한 어업생산량을 유지했을 경우, 2015년 한 해만 약 4,400억원의 어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인근 지자체인 충남과 전남도와 동일하게 2배 정도 어업생산량이 늘어났을 경우를 가정한다면, 약 1조원 정도의 어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2015년 전라북도의 어업생산액은 1,848억원에 불과했다. 

1991년부터 2015년까지 25년간 어업손실액을 합산하면, 1990년과 동일한 규모로 생산을 했을 경우 현재가치로 약 7.5조원, 1990년과 비교해 2배 정도 어업생산량이 증가한 것을 가정한다면 약 15조원 이상의 어업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정부에서 새만금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약 9조7천억원 정도 규모이다. 하지만 정부가 투입한 건설예산도 90%정도 외지 업체로 빠져나간 점을 고려한다면 그 동안 새만금사업으로 인한 전북도의 이익은 거의 없었으며, 손실규모는 직간접적으로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지 제공= 전북녹색연합)
(이미지 제공= 전북녹색연합)

전북녹색연합은 "새만금 물막이 10년을 되돌아 보며, 새만금사업이 전북도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냉정한 평가를 통해, 진정으로 전북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친환경 새만금사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새만금호 상류는 6급수 수준…해수유통으로 물관리 계획 바꿔야

한편,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담수호를 목표로 한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은 실패했다"면서 '수질개선' 문제도 거론했다. 이들은 "강하구에 거대한 담수호를 만드는 새만금사업은 애초부터 목표수질의 달성이 불가능했다"며 "또한, 담수호를 추진했던 이유도 새만금 전체를 농지로 계획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도시용지 70%, 농업용지 30%로 변경되어 담수호를 고집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계속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질개선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새만금유역의 만경강은 최악의 6급수, 동진강은 4급수로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바닷물이 다다르지 못하는 새만금호 상류는 최악의 6급수 수준"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정부가 계획했던 최종 담수화 목표 시기인 2020년이 불과 8개월 남았다"며 "이제 정부는 더 이상의 논란과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해수유통으로 물관리계획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제공= 전북녹색연합)
(이미지 제공= 전북녹색연합)

특히 "새만금 거짓 환상에서 깨어나야 하고, 진정 전북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새만금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개발론자들은 애초에 새만금에 농사짓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 더욱 그렇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수변도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기반시설과 담수화계획 등은 모두 100% 농지를 염두하고 설계한 것인데, 드디어 개발론자들이 꿈속에서 그리던 국제도시가 '스마트수변도시'라는 이름으로 2019년부터 공공주도 선도사업으로 본격화된다"며 "그런데 녹조가 창궐하고 썩은 냄새가 진동할 죽음의 호수위에 국제적인 수변도시가 웬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새만금호 담수화 고집이 결국 스스로 새만금사업의 발목을 잡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다"며 "이제, 정부와 개발론자들은 어리석은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혹세무민하는 거짓 선동을 멈춰야한다"며 "늦었지만 진심어린 참회와 함께 전북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새만금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