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5.15 16:54

'축구부 학부모회' 회장·총무 피소... 공금 횡령·배임 혐의

강원도 강릉시 소재 가톨릭 관동대학교. (사진= 원성훈 기자)
강원도 강릉시 소재 가톨릭 관동대학교.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강원도 대학축구의 최강팀이자 대학리그에서 상위권 축구팀으로 분류되고 있는 가톨릭관동대 축구부가 '감독 채용' 및 그 이후 축구부 학부모회 임원진으로부터의 금품수수와 관련해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공개채용을 거쳐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스타플레이어 출신 A 감독'과 관련된 각종 문제가 핵심이다. A 감독의 금품수수 의혹, 선수기용 원칙, 군대식 상하관계 강요 및 그에 따른 선수들의 항명과 숙소 무단이탈 파동 등으로 확대됐다.

특히, 신임 감독에 대한 집단 항명과 숙소 무단이탈 파동이 촉발제가 됐다. 이를 주도했던 학생들이 이에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을 집단 따돌림시키고, 축구 훈련장에서는 고의적 태클 등으로 상해를 입히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집단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은 '공황 장애 증세'까지 겪으며 15일 현재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의 학부모들은 최근 강릉경찰서에 가해자들을 협박·모욕·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학부모회 임원진들도 이에 가세했다. 'A 감독이 금품을 요구해 금품을 지급했다'는 사유로 A 감독을 부정청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금품비위로 고소됐으니 "감독을 직위해제해야 한다"고 대학 측을 압박했다.     

이런 사태에 대해 A 감독은 "올해 1월말 경 전지훈련지에 학부모회 임원진이 찾아와 돈봉투를 건넸고, 축구부의 관례이며 지난해에도 전달했으니 걱정말고 받으라고 했다"며 "아무리 학부모회 운영비라고 해도 투명하게 처리해야 되는데 학교 측에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이후, 다시 학부모회 회장과 총무는 A 감독이 있는 전지훈련지를 방문해 설 새뱃돈과 지도자 보너스 명목으로 1000만원을 A감독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A 감독은 자신을 찾아 온 학부모회 회장과 총무에게 다시 한번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할 방법이 없다"며 1000만원의 수수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회 회장과 총무는 "학부모회칙에 보너스 지급 항목이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A 감독을 압박하며 자신들이 주는 1,000만원을 받을 것을 독촉했다고 한다. 

A 감독은 결국 '①두명의 코치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겠다 ②감독은 상여금을 받지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이들이 주는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 명의 코치에게 지급한 상여금 외의 '나머지 돈'으로는 '촬영장비와 노트북을 구입하겠다'는 것을 명시해 두 명의 코치와 학부모회 회장과 총무에게서 이에 대한 '확인서를 받아뒀다'는 것이다.

결국, 이 돈이 문제가 됐다. '전체 회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감독에게 돈을 건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32명의 학부모들은 "회장과 총무가 심각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며 이들의 업무를 정지시키고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1000만원 금품수수 사태에 연루된 학부모회 회장과 총무는 현재 사퇴한 상태다.

학부모회 임원진들의 금품수수 관련 비리 의혹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학부모회 비상대책위원회장에 따르면, 전임 학부모회 임직원들은 올해 초 동계전지훈련과 대회비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1인당 동계비 120만원, 대회비 90만원, 회비 110만원, 신입생 환영비 10만원 등 약 330만원을 걷었으며 학교 측으로부터 약 15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지원금 받은 사실도 숨겼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대회 끝난 후 사용 내역에 대한 아무런 회계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현재 전임 총무가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임 총무에게 아무런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학부모회 비대위원장은 전임 회장단을 강릉경찰서에 공금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가톨릭관동대 축구부 사태'에 대해 축구인들도 나섰다. 축구인 50명은 "학생 선수들이 지도자의 지시를 거부하고 단체행동을 하며 감독에 대한 해임투표까지 하는 등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교권유린 행위가 벌어졌다"며 "단호하게 대처해 달라"고 대학 측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의견서 전달에는 전직 국가대표 감독, 전현직 프로축구팀 감독, 축구해설위원, 프로축구단 관계자, 학원축구 교사 및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사태가 자못 심각해지자 대학 측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대학 측이 준비한 카드는 '감독에 대한 직위해제'와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일탈행위를 한 학생들에 대한 중징계'였다.

이후, 감독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는 이뤄졌지만 학생들에 대한 징계는 학교 내부의 몇몇 인물들에 의해 제동이 걸려 이뤄지지 못했다.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학부모들은 "대학 측에는 학생들의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부추기고 A 감독을 제거하려는 세력들이 있다" 며 "그들이 조직적으로 모의해 대학 측의 동향과 결정사항 등을 미리 감독 반대파 학부모와 선수들에게 알려주면서 학생들의 징계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런 자들을 색출해서 중징계해 달라"고 대학 측에 촉구했다.

현재는 사태가 거의 수습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감독에게는 직위해제라는 중징계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일탈 학생들에게는 변변한 징계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언제든지 '내전'으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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