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5.15 17:48

세브란스병원 윤영남 교수팀, 이식환자 재활기간 거쳐 건강하게 퇴원

윤영남 교수가 건강을 회복한 심장이식 환자를 축하해주고 있다.
윤영남 교수가 건강을 회복한 심장이식 환자를 축하해주고 있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희귀·난치성 질환인 베체트병 환자에게 국내 처음으로 심장이식수술을 시행해 성공을 거뒀다.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윤영남·이승현 교수팀과 심장내과 강석민·심지영·오재원 교수팀은 15일 “심장이식을 받은 베체트병 환자가 4개월간의 회복과정을 거쳐 최근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최초인 ‘베체트병 심장이식 환자’인 주인공은 올해 50세인 남성 이승영씨다. 그는 지난해 1월,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베체트병이 있음을 알았다. 평소 입안이 자주 헐고 아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질환을 키운 것이다.

정밀검사 결과, 베체트병에 의한 염증이 대동맥과 대동맥판막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침범해 있었다. 게다가 대동맥 판막부전으로 심한 호흡곤란과 폐부종, 대동맥박리증까지 동반된 상태였다.

이씨는 즉시 염증 손상부위를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는 등 지난해에만 세 차례의 인공판막 교체술과 면역억제제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하지만 심장혈관을 침범한 염증이 워낙 넓어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난 해 말 그는 심장이식을 결정한 의료진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장이식 공여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도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씨의 몸 상태는 악화일로였다. 염증 수술부위의 다량출혈과 심정지가 찾아왔고, 약해진 심장기능은 회복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심장과 폐기능을 대신하는 체외막산소화장치(ECMO)에 의존하면서 신장기능 저하에 따른 혈액투석까지 병행됐다.

다행히 지난 1월 뇌사자가 장기공여의 뜻을 밝히면서 그는 심장을 이식받게 됐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앞선 수술로 장기유착이 극심했고, 작은 자극에도 출혈이 발생하는 베체트 질환은 의료진을 고심하게 만들었다. 수술팀은 보다 철저한 수술계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심장이식수술을 단행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했고, 그는 장기간의 재활·약물치료과정을 거쳐 5월 초 의료진으로부터 완전복귀 가능 판정을 받았다. 맞춤형 심장재활치료와 염증을 막고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약물치료에 정성을 다한 결과였다.

윤 교수는 “베체트병 염증이 심장주변 주요 혈관에 침범하면 생존율이 매우 낮다”며 “이런 면에서 국내 최초 베체트병 환자의 심장이식 수술 성공은 매우 이례적이며 국내 의술의 개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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