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5.16 17:31
단위 재정의를 설명한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제공=표준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세계 측정의 날'인 오는 20일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 전류 단위 '암페어'(A), 온도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몰'(mol) 등 4개 단위의 표준이 바뀐다.

국제단위계(SI)의 기본단위 7개 중 4개가 바뀌는 것은 144년 만이다. 하지만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지난 2018년 11월 16일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국제단위계(SI) 7개 중 ㎏, A, K, mol의 재정의가 의결돼 오는 20일부터 재정의가 시행된다고 16일 발표했다.

한 번에 단위 4개 정의가 바뀌는 것은 도량형의 전 세계적인 통일을 처음으로 논의한 미터협약을 맺은 1875년 이후 144년만에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거대한 변화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표현한다.

미래 과학기술과 산업을 한 단계 올리는 과학적인 중요한 변화지만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릴 정도의 변화는 없어 혼란도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전세계 도량학자들이 단위 4개를 재정의 하는 이유는 기존의 정의가 불안정하고 시간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1889년 백금과 이리듐의 비율이 9대 1로 구성된 원기둥 모양의 원기를 1㎏의 국제기준으로 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질량이 변했다.

도량학계는 변하지 않는 물리상수를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은 '플랑크상수'(h)를 이용해 재정의 하기로 했다. 플랑크 상수는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다.

암페어는  '기본 전하'(e)를 이용해 정의하기로 했다.

켈빈은 '볼츠만 상수'(k)로 새로 정의한다. 물질의 양 단위 몰(mol)은 탄소 질량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아보가드로 상수'(NA)로 새로 정의한다. 

단위 재정의를 통해 기본단위가 이제는 '불변의 기준'으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됐다. 단위 세계의 지각변동이 당장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혼란은 없다. 

박연규 KRISS 물리표준본부장은  "㎏의 정의가 바뀌어도 체중계가 가리키는 내 체중 숫자에는 전혀 변화가 없지만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바이오·전자 소자 등 미세연구에서 마이크로 수준의 오차는 치명적인 오류로 이어진다"면서 "의약품의 미세한 분량 차이는 효능·안전과 직결되고 금과 같이 질량으로 값을 매기는 고가의 물품은 미세한 측정 오류가 큰 경제적 손실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박상열 KRISS 원장은 "일상의 혼란은 최소화하면서 과학기술의 극한까지 정교해지는 것이 단위를 연구하는 측정과학의 목표"라면서 "탄탄히 다져진 기반 위에 세운 집이 견고하듯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하는 기술력을 갖춘 국가만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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