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5.17 11:39

김현아, 기자회견 통해 '한센인들에게 공식 사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한센인들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회정론관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한센인들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회정론관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정치권의 막말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댄 발언을 비롯해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사이코패스' 발언 등이 대표적인 막말로 회자된다.

이에 더해 최근 '선거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너 나한테 한번 혼나볼래' 발언 및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최근 '달창' 발언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이 그야말로 '막말 열전' 상황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한국당 김현아 의원의 발언은 발언의 진위가 어떠한 것이었건 간에 결과적으로 '한센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에 대한 비하'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YTN 방송 '더뉴스-더정치'에 출연해 "상처가 났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방치해 상처가 더 커지는 병이 한센병"이라며 "만약 문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이를 지칭해 의학용어를 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비록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체감과는 상당히 괴리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할지라도 그냥 그렇게 표현하면 되는 것이었지 '한센병'을 거론할 일은 아니었다는 여론이 적잖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은 당장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센인 비하와 대통령 모욕, 김현아 의원은 석고대죄하라"며 "이제 김현아 의원 같은 젊은 의원들마저 망언 대열에 합류함으로서 자유한국당으로부터 품격 있는 보수의 모습, 격을 갖춘 언어를 기대하기는 영영 틀린 것 같다"고 힐난했다.

이어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어떠한 경우든 '한센병'과 같이 절망과 고통을 안기는 병으로 통 받는 사람들을 비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라며 "그 분들이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안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 병마에 신음하는 분들은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가족의 일원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현아 의원은 그 병도 병이지만 그간 무수한 인권 침해와 사회적 멸시와 차별을 견뎌온 한센인들에게 우선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며 "분별력과 균형감각을 상실해도 분수가 있다. 한센인 비하와 대통령 모욕에까지 나아간 김현아 의원은 진지하게 신상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국민들께 합당한 의사를 표명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국당이 막말의 최고 경지에 올라야 내년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며 "공천은 받겠지만 국민의 선택은 못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김현아 의원은 급기야 17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정중히 사과했다. 김 의원은 "방송 인터뷰 중에 부적절한 비유로 고통 받고 계신 한센병 환우들과 그 가족분들께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제가 여러분의 마음에 큰 아픔을 남겼다"고 했다. 아울러 "저의 진심은 그것이 아니었다고 말씀드린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라며 "이건 전적으로 역사뿐 아니라 현실 속에도 존재하는 여러분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저의 잘못과 미숙함의 결과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구구절절 해명하지 못함은 행여나 더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라며 "저에게 주어진 남은 의정활동을 성실하고 진실히 해 나감으로써 그 빚을 갚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15일에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발언이 문제됐다. 이정미 대표는 TBS 방송에 함께 출연한 민주당 표창원 의원과의 논쟁 과정에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서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것은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같은 날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무리 정적을 공격한다해도 이 지경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자기들 맘대로 되지 않으면 정치인을 떠나 한사람의 인간, 인격체에게 이토록 막가파식 막말을 해도 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이정미 대표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상태라고 했다. 이정미 대표야말로 국민들이 겪는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경제난에 무감하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아울러 "청년 네 명중 한 명이 실업인 고통에 무감하고, 한 가정의 가장이자 우리 사회 허리인 3040 취업자가 급감해도 무감하고, 북한인권과 탈북자들의 절규에도 무감하지 않느냐"며 "강성노조 기득권노조 보호에만 열을 올리며 고용시장 문턱조차 못넘는 이들의 신음에는 무감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이밖에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대구 연설에서 한 '달창'('달빛창녀단'의 줄임말) 발언은 급기야 지난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지난 15일 국회 본청계단에서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망언 규탄 및 사퇴촉구 집회'까지 열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패스트트랙 국회 '선거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했던 '너 나한테 한번 혼나볼래' 발언도 한국당으로부터 지탄을 받았고, 이에 이어 지난달 2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한국당에 대해 '도둑놈'이라고 한 발언은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114명의 이름으로 형법 제 311조(모욕죄)로 지난달 30일 고발됐다.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꼴을 안 봤으면 좋겠다"며 "정적이라 할지라도 정책대결을 통해 그들을 제압할 생각을 해야지 이건 뭐 시장바닥도 아니고..."라며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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