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5.18 07:30
박쥐는 최초의 빈대 숙주로 생각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빈대가 박쥐보다 약 5000만 년 일찍 존재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빈대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괴롭혀온 해충이다.

빈대는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에도 유럽이나 미국 여행객들이 물려서 고생했다는 이야기기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대를 쳐다보기도 싫어한다.

그런데 한 연구팀이 혐오스러운 이 해충의 어두운 역사를 밝혀줄 견본을 찾기 위해 15년 동안 새똥으로 가득찬 동굴, 절벽 옆 둥지, 박물관 보관소를 샅샅이 뒤졌다.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빈대는 적어도 1억년 전 공룡시대부터 존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이번 연구는 빈대의 진화 시기를 앞당기는 것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와 광범위한 인간 활동의 시대에 빈대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인간과 연계된 종의 빈대가 4700만 년 전에 진화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하기 전보다 수천만년이나 빠르다.

빈대의 진화 이야기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62개소에서 확보한 34종의 DNA를 분석했다. 

연구진들은 2002년부터 수백 명의 연구원들에게 샘플을 요청하는 것 외에도, 직접 전세계를 다니며 빈대를 수집했다.

연구팀은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높아졌을 땐 마스크를 착용해가면서 무릎까지 쌓인 텍사스의 박쥐 배설물을 탐사했다. 케냐 동굴을 탐사할 땐 과일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치명적인 마르부르그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마침내 백악기 번성하던 빈대를 찾았다. 그들은 2008년 캔자스 대학의 곤충학자인 마이클 엥겔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된 1억년 된 호박 속에 보존된 빈대 조상 화석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엥겔 박사는 "이 화석은 빈대가 박쥐의 기원을 앞섰다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박쥐는 오랫 동안 빈대들의 첫 번째 숙주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빈대가 더 많은 고대 동물을 숙주로 공룡시대부터 살아 남았다는 것이 것이 명백해졌다.

논문의 저자인 클라우스 라인하트 독일 드레스덴 대학의 교수는 "화석의 증거가 드물기 때문에 빈대의 이전 숙주가 무엇인지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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