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5.20 06:30

유대인은 13세에 성년식 갖고 '율법의 아들'로 재탄생

2017년 5월 15일 열린 성년의 날 기념 전통성년례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2017년 5월 15일 열린 성년의 날 기념 전통성년례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오늘(20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의 연령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독일·프랑스는 21세, 네덜란드는 23세로 정하고 있다. 일본은 일반국민 만 20세로, 천황·황태자·황태손은 18세로 성년의 나이를 정의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는 만 20세를 성년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민법상 만 19세가 되면 성년이 된다.

반면 유대인들은 13세를 성년으로 삼고 어린나이부터 남다른 교육을 시키고 있다. 유대인의 성년식인 ‘바르 미쯔바’는 하나님과 계약을 준수할 것을 다짐하는 행사다. 유대의 성인(成人)은 하나님과 계약을 직접 맺은 사람이 된다는 의미다.

사람의 아들에서 성년식을 통해 ‘율법의 아들’로 거듭나는 순간이며, 스스로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줄 알며 율법의 가르침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확인 받는 자리다.

성년식을 하는 나이인 13세 이전에는 계명을 지키지 않아도 그 일차적인 책임이 그가 아닌 그의 아버지에게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가 져야 한다. 부모로선 성년식을 기점으로 자녀에 대한 종교적 책임과 자녀교육의 의무를 면하게 되는 날이다.

유대인들은 성년식에서 부모와 하객들로부터 세 가지 선물을 받는다. 성경책, 손목시계, 그리고 축의금이다. 성경을 받는 이유는 이제부터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신 앞에 부끄럽지 않은 책임 있는 인간으로 살겠다는 뜻이고, 시계는 약속을 잘 지킴과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의미로 준다.

이날 받은 하객 축의금은 모두 아이 예금통장에 넣어두고, 아이가 독립하는 18살까지 종잣돈으로 만들어 준다. 결국 부모로부터 독립하면, 경제적으로도 독립하게 되어 스스로 종잣돈을 사용해 살아가라는 의미다.

유대인들은 13살 즉 사춘기가 되면 육체적, 정신적 변화를 가져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의 세계로 한발 들이는 것으로 판단한다.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도덕과 윤리관이 정립돼야 하고,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을 아이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오래된 성년의식이 있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첫 번째 관문인 관이 바로 성년예식을 말함이다. 다만 우리의 성년식은 유대의 성년식과 가지고 있는 내용과 의미가 다소 차이가 있다.

관은 관례(冠禮)로 어린이가 성장해 어른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꼭 지켜야할 관습으로 거기에 알맞은 의례(依例)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남자의 경우 상투를 틀어 갓을 씌우고 여자에게는 쪽을 지어 비녀를 꽂아주는 의식이다. 정신적인 성숙을 더 강조하는 의식으로 서양의 육체적 생리적 성숙된 단계를 따르는 것과 차이가 있다. 또 성년식을 통해 완전한 성인으로 사회 참여에 손색이 없다는 뜻이 더해져 사회인으로 책임과 의무도 함께한다는 의미다. 성년식을 통해 지위의 질적 변화도 생기게 된다.

전통적인 성년식은 당사자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그에 상응하는 의식을 통해 이제 어른이 되었음을 알리는 자리다. 이로 인해 자신의 행동과 가족 및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는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선택해야한다는 의미와 동시에 성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봐준 주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다. 아무리 세대가 변해도 성년식에 담겨 있는 본질은 되새겨 보아야 한다.

우리는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사람의 도리를 다 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도리 도리’와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알라는 ‘곤지 곤지’, 남에게 너그럽게 베풀고 살라는 ‘짝 짝 꿍’, 너 자신을 알라는 ‘깍꿍 깍꿍’, 살아가는데 생계에 필요한 것은 챙기고 나머지는 나누라는 의미의 ‘잼 잼’ 등의 말을 듣고 커왔다.

성년의 날에 친구들 혹은 연인들끼리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고 길러준 부모님에 대해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거기에 유대인들의 성년의식과 우리의 관례에 일관되게 담겨있는 사회에 대한 생각과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서 잘 지내기를 바라는 걱정을 담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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