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5.18 20:32

조합 측, '추가분담금 내역 요구' 조합원 223명에 '조합원 제명 처분'
조합원 강제제명 피해자 모임 측 "내 집 마련하려다 전 재산 날려"
피해자 측 "중도금 납부 요건도 조합 측이 일방적으로 변경" 주장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 W신축공사현장. (사진= 원성훈 기자)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 W신축공사현장.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대구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이하, 주택조합)에서 조합원 자격을 박탈당한 강제제명피해자모임(이하, 피해자 모임) 구성원들이 "막대한 재산 상의 손실을 입고 부당하게 조합원 제명 처분을 받았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조합 측이 부당한 추가분담금으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중도금 납부 요건의 일방적 변경·부당한 조합원 제명 조치·조합설립 및 운영상의 하자 등으로 피해자 모임 구성원 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피해상황을 한마디로 "내 집을 마련하려다가 전 재산을 날리게 생겼다"고 표현했다.

해당 '주택조합'은 지난해 8월 30일 사업승인이 완료된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 소재의 범어W 공동주택 조합이다. 이 '주택조합'은 지하4층, 지상 59층의 공동주택 사업으로는 지역 최대규모인 약 1조 2천억원 대의 메머드급 현장이다. 이곳은 대구 최고 주거 선호지로 손꼽히는 범어네거리이며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수성구의 중심지다. 더불어 대구 전역에서 자녀교육을 위해 이사를 하려는 수요도 많은 선망의 수성학군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범어주택조합은 조합설립 이후 시행사 선정, 총회의결 정족수, 추가분담금 등으로 인해 상당한 갈등과 마찰이 형성됐다. 결국, 주택조합 측은 피해자 모임 측과 현재 '추가분담금 납부의 부당성 여부 문제' 등으로 민·형사상 재판을 진행 중에 있는 상태다.

◆주택조합법상 조합설립인가는 토지사용승낙서 80% 이상이어야 해

피해자모임은 지난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토지매입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설명했다.이들은 "조합설립인가 당시 해당구청인 대구시 수성구청이 주택조합설립 요건인 부지매입에 대한 주택법상 토지사용승낙서를 80% 이상 받아야 하지만, 지주 대다수가 거부의사를 표명하자 토지매매계약서로 가름해 조합설립인가를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까닭에 작업에 혼선이 발생했고, 작업 지연과 함께 지가가 급등해 당초 토지매입대금 계획이 3,150억원이면 매입이 가능했던 것이 약 5,500억원으로 인상된 이후에 인상된 가격으로 토지를 매입하게 돼 2,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고스란히 조합원의 분담금으로 전가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피해자모임은 "토지매입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 방치하고 조합설립인가를 해 준 수성구청에 문제점이 있다"며 '조합설립 자체의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추가분담금 2억9천만원 내역공개 요구하자 제명"

피해자모임은 '추가분담금 문제'도 호소했다. "애초 분양가는 35평형 기준 4.4억 원이었는데 향후 2.9억원이라는 과도한 추가분담금을 조합 측이 요구했다"며 "추가분담금 2.9억원의 상세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조합 측은 이렇다 할 설명도 하지않은 채 조합 측이 일방적 통보만 했다"고 분개했다. 이에 더해 '중도금 납부 요건'의 일방적 변경도 문제 삼았다. 분양총액의 60%에 달하는 중도금 납부 조건이 애초 '무이자'라고 했던 것을, 나중에 시공사와의 계약 때에는 일방적으로 '현금납부'로 바꾼 것은 부당하다는 논지다. 이에 피해자 모임은 이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기망행위로 보고 있다.

아울러 피해자 모임은 "조합 측이 추가분담금 공개를 요구하고 나선 조합원 및 여타의 이유로 223명을 제명시켰다"며 "제명 사유가 '추가분담금 공개 요구'와 '추가분담금을 지정된 일자에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조합 측 "추가분담금을 상세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본지가 조합 측에 전화통화로 확인 결과, 조합 측 관계자는 "추가분담금에 대해 공개한 사실은 있지만, 상세히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추가분담금을 지금이라도 피해자 측에 공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엔 "이 부분은 시공사인 IS동서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공사인 IS동서 대구지사와의 통화에서 관계자는 "추가분담금은 일반적으로 분양원가 등과 함께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담당자가 외근 중이라 확실한 답변은 드릴 수가 없다며 담당자에게 연락해 전화를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끝내 해당 담당자로부터 전화는 오지 않았다.

◆정기·임시총회 등 중대사안, 출석인원 20% 넘어야

피해자모임은 또 주택조합의 의결 행태에도 불만을 터트렸다. 이들은 "정기 및 임시총회와 이에 따른 현안과 긴급의결 사안은 전체 조합원의 20%가 넘어야 성원이 되며 그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표준규약이나 주택법 개정안에서는 직접출석이 20%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조합규약에는 '대리출석 및 위임장, 서면결의 등 모든 것이 출석인원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해놨다. 피해자 모임 측에선 "때로는 집행부 이사가 위임장 140부를 개인이 수취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본 기자는 수성구청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상위법인 국토교통부 표준규약이나 주택법 개정안에 반하는 내용이 하위법인 조합규약에 있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묻자 수성구청 관계자는 "조합규약을 정비하겠다"는 짤막한 대답뿐이었다.

◆미흡한 조합원 보호대책

지역 주택조합은 인가를 받은 이후에야 법의 규제를 받는다. 그러므로 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 또한 조합 설립 이후 시공자의 사유로 사업이 중단됐을 경우, '조합원에게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돼 있지만 시공자 귀책사유가 상당히 애매하게 규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이 중단되거나 중간에 실패할 경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사업이 잘못됐을 경우 조합원을 보호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에 조속히 이 문제를 법적,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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