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만수 기자
  • 입력 2019.05.20 09:39

시즌 도중 감독교체 ‘초강수’ 선수단 결집 효과 '톡톡'
위기감 속 김기동 감독 새 리더십 강한 동기부여 돼
분위기 반전엔 성공…포항만의 색깔 살리는 축구 중요

김기동 포항스틸러스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김기동 포항스틸러스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뉴스웍스=최만수 기자] 최근 포항스틸러스가 최순호 감독 체제 아래 8경기에서 2승1무5패로 극도의 부진을 겪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김기동 감독이 지휘봉을 쥔 지난달 26일 수원삼성과의 9라운드 홈경기(1-0승)부터 내리 4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순위도 10위에서 6위로 뛰어올라 선두권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당초 포항은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자력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2018시즌 4위를 했으니, 한 계단만 더 올라가면 가능하리란 장밋빛 희망이 선수단에 감돌았다.

하지만 개막 이후 8경기 동안 연승 없이 2연패를 두 번 당했고, 최순호 감독의 고별전이 된 대구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며 0-3으로 완패해 팀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FA컵 32강전 수원삼성에 0-1로 패한 데 이어 대구에 3골 차로 패하자 포항구단은 시즌 중 감독 교체란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김기동 감독 체제로 분위기를 일신한 포항은 4연승으로 위기에서 탈출하며 상승기류를 탔다. 기대이상이고 극적 반전이다. 선수 면면은 그대로인데 포항이 연승을 거둔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최순호 감독 주도로 많은 선수들을 새로 영입했고, 그 자원들로 동계전지훈련까지 소화한 포항이 급전직하, 수직상승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통상적으로 감독이 바뀌면 경기에 임하는 전술,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가 대처하기 어렵고, 선수들 역시 위기감 속에 절박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어 어느 정도 전력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요즘 포항의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고, 한발 더 뛰는 악착같은 플레이가 살아났다. 선수단에 어떤 결정적 변화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전에 비해 선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스틸타카'로 명성을 얻었던 포항의 강점인 패스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몇 경기 만에 다른 팀이 됐다.

하지만 지도자 1명 교체했다고 팀이 완전히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분명 상승과 하락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전북현대처럼 완전한 더블 스쿼드를 보유한 팀은 하향 주기가 짧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전임 최순호 감독의 경우 긴 흐름을 보고 팀을 만들어갔다면, 김기동 신임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 팀을 맡은 만큼 이기는 게 급선무란 점이 가장 다르다. 처한 상황이 달랐지만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좀 더 들어가보자. 선수시절 최순호 감독은 ‘천재형’으로 평가받은 반면 김기동 감독은 ‘대기만성형’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최 감독은 한국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으며 화려하게 선수생활을 한 데 비해 고졸 출신인 김 감독은 정글 같은 프로에서 강인한 근성과 악착같은 투혼으로 40세가 넘도록 선수생활을 이어간 끈질김의 아이콘이다. 두 감독의 판이한 성장배경이나 축구철학이 선수들에게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5월 4일 울산현대와의 ‘동해안더비’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도 김기동 감독은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했고, 2-1 역전승을 거두며 팀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어 하위권 팀인 인천과 경남을 차례로 꺾으면서 감독으로 연착륙했다. 김 감독의 간절한 승리 욕구가 선수들에게 투영돼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순호 감독이 언론 인터뷰에서 “좋은 축구, 팬들에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에 비하면 김 감독은 분명 승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고도 기분 좋은 감독이 있을 리 없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축구로 이기고 싶지 않은 감독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최 감독이 포항을 포함해 한국축구 미래를 바라봤다면, 김 감독은 현재를 직시하고 있다고 하면 좀더 설명이 될까.

어쨌든 최순호 감독의 전격 사퇴와 김기동 수석코치의 감독 승격이란 ‘긴급 처방’이 꺼져가는 팀을 살리는 특효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 감독은 자신의 바람대로 일단 급한 불을 끄는데 성공했다. 관건은 상승세가 어느 시점까지 이어지느냐의 여부다. 포항은 4경기 연속 1골 차의 살얼음판 승부에서 모두 이겼다. 여차하면 비길 수도 있는 경기에서 승리를 낚았다. 선수들의 집중력과 승부욕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전·현임 감독의 스타일로 모든 현상과 결과를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축구는 선수가 한다는 점이 선명해졌고, 그들 스스로 상위권 희망을 되살렸다는 점을 짚고 싶다.

시즌 초반인 현재로선 포항이 반짝 상승세에 그칠지, 시즌 목표인 3위를 달성할지를 가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선수단에 팽배한 위기감이 감독 교체의 소용돌이 속에 절박감으로 바뀌어 신임 사령탑의 새로운 리더십과 접목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를 최대한 길게 이어가는데 프런트, 선수들이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더불어 한국축구 최고 '전통명가'인 포항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것도 김기동 신임 감독에게 부여된 책무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