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6.02.19 16:37

월마트에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세계 최대 ‘유통공룡’인 월마트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마트의 2016회계연도(2015년 2월~2016년 1월) 매출이 전년대비 0.7% 줄어든 4821억달러(약 594조9600억원)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월마트의 연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1980년 이후 처음이다.

이미 지난해 7월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월마트 시가총액을 넘어서면서 창립 21년만에 아마존이 월마트를 대신해 ‘유통공룡’ 자리를 꿰찼다고 대서특필했던 미국 언론들은 이번에도 아마존과의 경쟁구도에서 밀린 월마트의 아픈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로 부진한 월마트와 대조적으로 아마존은 지난 4분기에 매출이 26% 증가해 월마트의 숨통을 더한층 조이고 있다.

물론 월마트는 매출감소의 가장 큰 이유가 강달러 때문이라며 애써 위안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해 해외 매출액이 일시적으로 악화된 것일뿐 월마트 자체의 부진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아마존의 부상으로 월마트가 시장지배력을 잃어가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많다. 급변하는 유통업 환경에서 월마트가 발빠르게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지 못해 주도권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월마트는 조만간 대규모 임금인상을 앞두고 있어 2017회계연도 순익이 6~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비용절감 및 온라인몰 증가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전세계 269개 매장을 폐쇄하기로 했기 때문에 올해 실적전망도 어둡다.

월마트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각오로 전자상거래를 제2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올해 124억 달러, 2017년 110억 달러를 온라인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기로 했다. 월마트는 온라인으로 미리 쇼핑한 후 매장을 들러 곧장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20개 주요도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며 무제한 배송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반대로 아마존은 오프라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창사 20년만에 처음으로 오프라인서점을 열고 오프라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마존은 앞으로 300~400개의 오프라인 서점을 열 계획이라는데 주로 대학 캠퍼스 위주로 진출해 미래 잠재고객인 젊은층에게 아마존 이용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유통공룡인 월마트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피 튀기는 영토 뺏기 경쟁은 한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월마트 매출 소식이 전해지기 바로 전날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온라인몰 및 소셜커머스업체에 대해 가격전면전을 선포했다. 온라인에 이어 최근 모바일쇼핑이 대세로 확산되면서 쿠팡 등 소셜커머스업체들이 생활용품 시장을 속속 잠식하자 대형마트들이 더 이상 손놓고 있을수만은 없다며 대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는 기저귀, 롯데마트는 분유를 시작으로 온라인몰이 빼앗아간 생필품 시장을 탈환해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더욱이 한국 대형 유통업계의 경우 골목상권과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하는, 시장환경이 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요인 중 어느것 하나도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내수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들은 온라인, 오프라인도 상관없고 국경도 상관없이 싸고 좋은 물건에만 지갑을 열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위기는 또 기회다. 이 소비 빙하기에 소비자들이 눈길 갈만한, 손품 팔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좀더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투자하는 기업들의 혜안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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