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훈기자
  • 입력 2016.02.19 17:32

주총 앞두고 종업원지주회에 파격 제안...실현 가능성은 낮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에 종업원지주회의 주식을 전체 직원들에게 재분배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와함께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1조원의 사재를 내놓는 한편 한국에서도 직원복지기금 설립을 추진해 1조원의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19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롯데홀딩스의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홀딩스를 상장해 글로벌 롯데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다수의 그룹사간 지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투명하고 열린 경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롯데홀딩스의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지분 구조 및 거래 관계 등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첫 단계로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종업원지주회가 보유 중인 롯데홀딩스 주식 보유 대상을 확대해 일본 롯데그룹 사원 모두에게 재분배하는 ‘주식보장제도’와 ‘복리후생기금 설립’ 등 경영권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으로 일명 '베네핏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현재 종업원지주회가 보유한 롯데홀딩스 주식은 120만4410주로, 발행 주식 총수의 27.8%에 해당한다. 종업원지주회는 약 130여명의 제한된 인원이 회원이며 이들은 근속 10년 이상 일본 롯데그룹 각 사의 관리직이면서 지주회가 입회를 승인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종업원지주회가 되면 일정가격으로 롯데홀딩스 주식을 취득하고 퇴직 등으로 인해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경우 동일한 가격으로 지주회사 주식을 매입한다. 또한 연 6엔에 이르는 배당(배당률 약 10%)을 수령해왔다.

신 회장 측에서 제안한 주식보장제도는 사원을 5개 그룹으로 나눠 1인당 ▲종업원지주회원 1000주 ▲종업원지주회원 후보 400주 ▲일본롯데그룹 사원 200주 ▲일본 롯데그룹 관련 회사 사원 20주 ▲일부 정년퇴직자는 120주의 주식을 보유하게 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일본롯데홀딩스가 상장하게 되면 이들은 액면가가 아닌, 실제 시장 가격의 가치를 갖는 주주가 된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주당 주식가치가 약 25만엔(약 270만원)이라고 추정하며 이 안을 제시했다. 가령 1000주를 보유한 종업원의 경우 1인당 2억5000만엔(27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약속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신 전 부회장이 지난 16일 제안한 일본롯데홀딩스의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돼야 하며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종업원지주회가 받아들여야 가능한 조건이다. 현재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 행사는 5명으로 구성된 지주회의 이사회에 결정해 이사장이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따라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를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신 전 부회장은 1000억엔(약 1조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해 종업원 복리후생기금을 설립하고 발생하는 수익으로 일본의 롯데그룹 임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장학사업 및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상장 전 주식매입을 통한 현금화 등 복리후생지원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신 전 부회장은 “베네핏 프로그램은 직원들에게 보상을 하고 싶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생각에서 시작됐다”며 “롯데홀딩스 상장을 통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롯데에 대한 지원 계획에 대해서도 “한국의 관련 법규 및 세법 등을 검토해 한국 롯데그룹 임직원들에게 가장 유리한 우리사주제도 및 직원복지기금 설립을 고려 중”이라며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에서도 1조원 상당의 사재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제안"이라고 비판하면서 "실천 가능성도 낮고 주총도 소집되지 않은 만큼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의 계획은 임직원을 현혹하는 행위"라며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믿는 종업원지주회의 지지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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