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5.23 12:07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가 세계 최고권위의 인공지능(AI)학회 중 하나로 꼽히는 국제머신러닝학회(ICML)가 발표한 ‘2019 기계학습 분야 논문발표 세계 100대 기관 순위’에서 아시아 최고 대학으로 인정됐다. 

KAIST는 국제머신러닝학회가 최근 발표한‘2019 기계학습 분야 논문 발표 세계 100대 기관 순위’에서 아시아 1위, 세계 16위를 차지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는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THE로부터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로 꼽힌 중국 칭화대보다 앞선 성적이다.

KAIST에 따르면 ICML은 최근 올해 학회에 제출된 총 3424편의 기계학습 분야 논문 가운데 최종 채택된 774편의 논문을 발표한 기관을 전수조사해서 가장 많은 수의 논문을 발표한 기관 순으로 1위부터 100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ICML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과 스탠포드대, UC버클리대가 각각 1위와 2위~3위를 차지했다.

미국 MIT대가 4위를, 그리고 카네기멜론대와 구글브레인, ‘알파고’로 유명세를 탄 구글딥마인드가 각각 5위~7위를 차지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MS)와 조지아공대, 영국 옥스퍼드대 순으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20위를 차지한 국가별 기관 수는 미국이 15개 기관으로 가장 많았고 취리히연방공대(11위)와 로잔연방공대(15위) 등 2개 기관의 스위스를 비롯, 영국 옥스퍼드대(10위)와 우리나라의 KAIST(16위), 그리고 중국 칭화대(18위)가 각각 1개 기관씩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KAIST가 그동안 쌓아 온 교육 여건과 연구 분야에 역량을 높이면서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칭화대와 나란히 선두권에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AIST는 AI 분야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우수한 논문 게재와 발표 실적을 보이고 있다.

AI 분야 세계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인공신경망학회(NIPS)와 국제머신러닝학회(ICML)을 통해 출판한 논문 수가 2011년 3건에서 2015년 5건, 2016년 7건,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12건과 19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KAIST는 또 올 3월에는 과기정통부로부터 고려대, 성균관대와 함께 AI대학원 지원 사업자로 선정돼 9월부터 AI대학원을 개설한다.

KAIST는 이를 위해 지난 5월 초 30명의 대학원생을 모집했는데 내년부터는 매년 학생 수를 6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교수진은 우선 세계적 연구 역량을 지닌 30~40대 교수 10명으로 시작하되 2023년까지 20여 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이후 AI대학원·AI학부·AI연구원을 갖춘 단과대학 수준의 AI대학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KAIST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오는 2030년 규모가 15조7000억 달러로 예상되는 AI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주변국들의 노력 또한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나라는 AI 기술력과 AI 인력양성 측면에서 경쟁국과 비교할 때 한참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AI 기술력은 미국(100%) 대비 78.1% 수준으로 유럽(88.2%)은 물론 일본(83%)과 중국(81.9%)에도 뒤쳐져 있다.

AI 인력도 마찬가지다.

중국 칭화대가 작년에 발표한 ‘인공지능 보고서’에 따르면 ‘AI 인재를 많이 보유한 국가’순위에서 미국(2만8536명)과 중국(1만8232명)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2664명으로 주요국가 15개 중 맨 꼴찌를 차지했다.

‘AI 인재가 곧 국력’이라는 인식하에 미국·중국·일본·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정상들이 일제히 전면에 나서 AI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연방정부 모든 기관이 AI 연구·개발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I 이니셔티브’로 명명된 이 행정명령은 연방정부가 차세대 AI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중장기 연구지원, AI 연구 증진을 위한 연방정부 정보 접근권 확대,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교육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일찍이 지난 2017년부터 AI 분야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500억 달러를 투자키로 한 중국은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대기업과 대학 간 협력을 통한 AI 인재를 양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0월 열린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AI는 신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변혁을 이끄는 전략기술이자 모든 분야를 끌어 올리는 선도, 분수 효과가 강력한 기술”이라며 “거대한 데이터와 풍부한 시장 잠재력을 (AI 기술 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중국 교육부는 지난 3월 난징대·베이징이공대 등 35개 대학에 공학 학위를 주는 인공지능학과 신설을 허가했는데 이와 별개로 올 4월 현재 총 329개 대학이 관련학과 개설을 허가받았다.

이 중 101개 대학은‘로봇 공정’학과를, 203개 대학은‘데이터과학과 빅데이터 기술, 25개 대학은‘빅데이터 관리와 응용학과’를 신설한다.

내년 말이면 산업계에서 AI 인력이 30만 명 부족하다고 전망이 나오자 일본은 정부가 직접 나서 지난 3월 AI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인력을 연간 25만 명씩 양성하는 목표를 담은‘AI 전략’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최소한 프로그래밍의 원리와 AI 윤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AI 핵심인 딥러닝과 알고리즘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 전반을 재편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물론 인재 양성의 스케일과 구체성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 중국 등에 밀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송 KAIST AI대학원장은 “AI는 단순히 정보기술(ICT)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금융·바이오·에너지산업 등 경제 전반과 사회·문화를 바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라며 “AI 응용을 보편화하기 위한 대규모 AI인력 육성 정책과는 별도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고 경쟁력을 가진 교육 기관에게 AI패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AI 리더 양성의 미션을 부여하고 정부가 대규모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방향으로의 획기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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