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의 정문일침] 개인의 종교 신념은 철저한 '사적 영역'
[이재무의 정문일침] 개인의 종교 신념은 철저한 '사적 영역'
  • 이재무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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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픽사베이)
(사진출처= 픽사베이)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석가탄신일에 조계사에서 취한 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조계종에서 석가탄신일 법요식에 자진해 참석했음에도 불교 의식을 일체 따르지 않았던 것에 대해 지적하자 보수 개신교계가 조계종을 향해 좌파 세상으로 가려는 의도라면서 강하게 비난했기 때문이다. 사견이지만, 황교안 대표와 보수 개신교계의 처신이 옳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개인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관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보장은 철저하게 개인적 범위에 한정된다. 즉,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침해할 수 없듯이 사적 믿음이 타인의 영역을 침해하거나 배타적으로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함을 함께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자격으로는 얼마든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표명할 수 있지만 공적으로는 타인의 종교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석가탄신일 당일 필자도 조계사를 방문했기 때문에 직접 목도했지만 불교를 신봉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이런저런 이유에서 합장을 하지 않고 사찰 내를 둘러보는 일반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조계사 관계자들이 힐책을 하거나 비판을 하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존중한 것이다. 그러나 조계종에서 황대표에 대해 날선 지적을 한 것은 석가탄신일 법요식에 황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로서 공식적으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황대표의 참석은 지극히 자발적이었다. 조계종에 황대표가 자신의 종교적 입장을 사전에 공지한 바도 없다. 그러므로 정계 제1야당의 대표로서 자진해서 불교계의 가장 큰 잔치에 참여했으면 축하에만 전념했어야 옳은 일이며, 그렇지 못했음에 대해 지적받는 것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서 황대표를 옹호하고 조계종에 대해 비난한 보수 개신교계의 태도 역시 부적절하다. 태국과 같이 왕을 신성시하는 나라를 방문했을 때 왕의 사진에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 그 나라의 예의를 지켜주는 것이 이상한 행동이 아닌 것처럼 개신교를 믿는 황대표가 불교 행사에서 예식을 따라주는 것은 불경이나 종교적 변절이 아니라 단순한 예의일 뿐이다. 그럼에도 종교적 아집으로만 상황을 해석하다보니 일반 국민들에게 공감 받을 수 없는 무리수가 나온 것이다.

길게 말할 것 없이 보수 기독교계에 딱 하나만 반문하고 싶다. 사전에 통보도 없이 영향력이 막강한 정치인이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염주를 들고 교회 행사에 참여했다면 과연 보수 개신교계는 종교적 자유에 입각해 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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