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5.27 14:37

한국당, 국정원의 '선거중립·선거공정성 붕괴' 주장
바른미래당 "국정원은 정치권과 분명한 거리 둬야"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비밀회동을 했다. (사진출처= KBS방송 캡처)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비밀회동을 했다. (사진출처= KBS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의 비밀회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27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보기관의 총선 개입"이라며 '국정원의 정치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한국당은 총선과 연결해 정부와 여당을 맹폭했다. 한국당의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총선 승리 특명 받은 양정철 원장이 서훈 국정원장을 몰래 만날 이유, 총선 빼고 무엇인지 해명해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양정철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총선전략을 짜고 정책 수립의 총괄을 맡고 있다"며 "양정철 원장은 첫 출근날 대통령과 자주 연락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심전심이라며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임을 증명했던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정권교체의 완성은 총선 승리, 민주연구원은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라고 말하며 그 역할을 하기 위해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했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만남을 위해 양 원장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민주연구원의 공식 행사도 불참했다고 한다. 가히 총선만 바라보는 문재인 정권다운 행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에 대해선 "국정원은 어떤 곳인가. 국내·외 정보수집권에 대공수사권, 모든 정보기관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조정 권한까지 가지고 있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정보기관"이라며 "그런 수장이, 그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인물이, 집권여당의 총선 총책임자이자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양 원장을 만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연구원장이 철저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가 정보기관의 장을 비밀리에 만났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라며 "이번 만남은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더라도, 보고라인에도 없는 여당의 총선 총책을 국정원장이 만났다는 것은 심각성이 큰 문제이며 철저히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내용"이라고 일갈했다.

같은 당의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거들었다. "양정철 원장이 누구인가. '문재인의 남자'로까지 불리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거전략 총책을 자처한 인물"이라며 "그렇다면 서훈 원장은 또 누구인가. 비록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탈락했지만, 현재는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최고 수장으로서 철저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가까이 할 수도, 가까이 해서도 안 될 두 사람이 4시간에 걸친 밀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국가 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된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미 국정원의 선거중립은 물 건너갔고, 선거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개탄했다. 이에 더해 "국민적 공분과 우려를 넘어 정보기관 존립 이유 자체를 뒤흔드는 국기문란의 시작이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원내대변인은 한발짝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은 민주당의 총선정보원이 아니다"라며 "양정철 원장은 정보기관을 총선에 끌어들이려는 음습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서훈 원장 역시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 '민주당 선거도우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기 바란다"며 "그것만이 공정한 선거와 제대로 된 국가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길이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바른미래당의 비판도 이어졌다. 바른미래당의 이종철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집권 여당의 연구소 원장이 국정원장을 만날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의 눈에는 의아하게만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어느 정부보다 강력히 주장해 왔다"며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전원이 특활비 상납과 정치 개입 등으로 조사받고 처벌됐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정치권과 분명한 거리를 두어야 하며 어떤 오해받을 행동도 멀리 해야 한다는 사실, 국정원의 정치 중립성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들은 강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런데 현직 국정원장이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을 오랜 시간 만나서 밀담을 주고받는 게 과연 적절한 처신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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