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5.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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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박지훈 기자] 키움·토스뱅크 컨소시움 모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실패했다. 전자는 ‘혁신성’ 부족, 후자는 ‘자본조달’ 우려로 신청서가 반려됐다. 

카카오뱅크가 눈을 너무 높인 탓일까.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기준이 다소 까다롭게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외부평가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두 컨소시움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외평위는 구체적으로 키움뱅크에 대해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토스뱅크의 경우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과 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키움뱅크에게는 미안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토스뱅크의 탈락이다. 토스뱅크는 혁신적인 모바일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며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 반열에 오른 비바리퍼블리카가 이끌 예정이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토스 이용자수는 1000만명으로 카카오뱅크 가입자보다 조금 더 많다. 잠재성만큼은 카카오뱅크 못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토스의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신청서에 적은 대로 자본조달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해 당기순손실 445억원을 낸 점 등이 고려됐을 것이다.

금융위가 토스뱅크 인가 신청서에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조달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진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인터넷은행 진입에 대한 요건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최저자본금은 250억원 이상이다. 해외와 비교하면 꽤 많은 금액이다.

금융 선진국인 영국은 인터넷은행(Small Specialist Bank) 도입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최저자본금을 500만유로(66억원)에서 100만유로(13억원)로 대폭 완화했다. 유럽연합은 100만유로, 스위스는 유치예금 3%(수신잔액 1조원에 300억원)로 국내 기준보다 덜 엄격하다. 미국은 인터넷은행 업무 규모와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차등화한다.

지난 2015년 말 출범한 영국 아톰뱅크는 2년여 지난 2018년 3월 말 기준 자본금이 1억408만파운드로(1570억원)로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자본금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4200만파운드(633억원)나 된다. 케이뱅크와 같은 2017년 4월 출범한 영국 몬조뱅크는 영업 10개월째인 지난해 2월 자본금이 5618만파운드(847억원)에 불과하고 당기순손실은 3054만파운드(460억원) 수준이다.

두 은행은 자본금 규모나 실적면에서 카카오뱅크보다 못하는데도 인터넷은행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나 모범사례로 국내외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우리나라였다면 '메기 효과 없다'는 이야기로 도배됐을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심사결과가 막 나온지라 두 곳의 컨소시움 모두 재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높은 기대치에 대한 변화가 없다면 인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높은 기대치란 자본력과 혁신성을 모두 갖춘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일본의 대형 금융그룹 SBI가 만든 SBI스미신넷뱅크(약 3년)보다 이른 1년 8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앞서 언급한 영국의 두 인터넷은행과 비교하는 일이 실례일 만큼 빠른 성장세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법에 따라 지분 보유 한도를 34% 늘려주더라도 카카오뱅크만큼 고속 성장을 할 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 오히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가 도전해보지 못한 영역에 출사표를 내는 기업에 기회를 줘야 한다. 인터넷은행에 혁신성과 자본 안정성 모두를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다.

인터넷은행의 도입 목적은 기존 은행이 제공하지 못했던 혁신·포용의 금융서비스를 내놓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거대한 비대면 은행의 출현을 진정 바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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