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5.28 13:39

K참사관 "자신만 참고하겠다며 계속 물어…굴욕 외교로 포장될지 몰랐다"
강효상 "일본 오는 미 대통령에 한국 초청한 것은 기밀 아닌 상식"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사진= 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외교부 전 주미대사관 참사관 K 씨의 변호인이 K 씨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K 참사관은 28일 밝힌 입장문에서 "일부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강효상 의원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기밀을 누설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고 이에 관련한 언론보도도 연이어 계속되고 있어 이 점에 관하여 설명드리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부의 대미외교 정책 수행에 장애를 야기하고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잘못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강효상 의원과의 관계도 설명했다. "강효상 의원과 대학 시절 신입생 환영회를 포함해 고교 동문회에서 한두 차례 만난 적이 있을 뿐 대학 졸업 이후 30년 넘게 강효상 의원과 특별히 연락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효상 의원에게 다른 비밀이나 대외비 정보를 전달하였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강 의원은 NSC 등 청와대를 소관 기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이었으므로, 정확히 상황을 안다면 부정적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 아는 범위에서 일부 사실관계를 바로잡거나 조심스럽게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외비나 비밀인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의원에게 외교부 정책을 정확히 알리는 것도 외교관의 업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설명은 국회의원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면서 "강효상 의원이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화를 끊으려고 하였으나 강효상 의원은 분위기만 아는데 참고만 할 테니 정상간 통화 결과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뭐가 있었냐고 물으면서, 강 의원이 자신만 참고하겠다는 취지로 계속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과 관련된 통화 요록의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풀어서 설명하고자 했으나 예정된 업무 일정을 앞두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설명하다가 실수로 일부 표현을 알려주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K 참사관은 업무수행과정에서 분명 잘못을 저지른 점을 조사 초기부터 인정하였고, 이로 인한 징계와 책임을 달게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K 참사관은 기밀누출 의도가 아니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공직자로서의 기강해이와 판단력 부재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강 의원은 이날 "현 정부 들어 한미동맹과 대미외교가 균열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이에 왜곡된 한미외교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린 야당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에 대해 기밀 운운으로 몰아가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며 "판례에서도 기밀은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정말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얘기하는 1~3등급의 자의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분류가 아니다. 일본에 오는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을 오라고 초청하는 것이 상식이지 기밀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이 눈엣가시같은 야당의원 탄압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려 하는 작태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부당한 처벌이나 인권침해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 끝까지 맞서겠다"고 일갈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재정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미외교 균열내는 자유한국당과 강효상 의원의 행태,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 대변인은 "기밀을 누설한 외교부 공무원에 대해서는 해임 또는 파면의 최고 징계가 예상되는 만큼, 기밀을 받아 공표한 국회의원도 이에 상응하는 마땅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유한국당과 강효상 의원은 사안의 엄중함을 인정하라. 어색한 논리와 길어지는 구차한 변명은 보는 국민이 민망할 지경"이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당리당략을 위해 정상외교를 균열내고 대한민국 안보와 국익을 등지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과 강효상 의원은 변명을 멈추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진상을 소상히 밝혀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앞서 전날 전희경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사정 했던 상황이 알려지자 사실무근이라며 거짓말을 하더니 이제는 기밀누설이라며 핵심을 흐리고 있다"며 "한일관계는 정부 영역 뿐만 아니라 일본에 진출한 한국기업마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을 정도로 최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외교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더이상의 폭망외교 방치야 말로 국격훼손이자 국익침해"라며 "자유한국당은 폭망한 외교를 회복하고 무너진 동맹을 복원하기 위해  외교라인을 전면 교체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그 1순위는 누가 뭐라해도 강경화 장관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김숙 전 유엔 대사는 지난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외교관 K씨와 외교부를 정조준 해 "의도나 과정은 별로 중요치 않다. 결과가 중요하다"며 "기강 해이나 보안 의식이 굉장히 약해졌다. 이것은 국가 외교 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 있어서 치명적인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강효상 의원에 대해선 "(이것이) 정치 공방으로 번진 것은 큰 잘못"이라며 "(강 의원이) 고교 후배 외교관의 경력을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을 향해선 "국민의 알 권리라고 하는 것은 수긍이 안 된다"며 "불법적으로 획득한 것을 공개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라고 얘기하는 것은 조금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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