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5.28 14:34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

포스텍 연구팀이 빛의 회전 성질을 이용해 서로 다른 두 영상을 홀로그램으로 재생시켜주는 메타표면을 개발했다. <사진제공=포항공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노준석 포항공대(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와 무하마드 안사리 전기전자공학과 연구원, 김인기, 이다솔 기계공학과 연구원팀이 빛을 이용해 입체 이미지를 만드는 홀로그램을 얇은 판 형태의 표면을 이용해 실시간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더욱 가볍고 편리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 디스플레이나 보안 기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빛을 원하는 방법으로 조절할 수 있는 ‘메타표면’ 기술을 이용했다.

물질의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하고 복잡한 구조를 형성해 빛이 갖는 반사나 굴절, 회전 성질 등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도 이 기술을 이용해 홀로그램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고정된 소재를 이용하다 보니 한 번에 하나의 이미지만 만들 수 있어 ‘동영상’을 만드는데는 활용할 수가 없었다.

노 교수팀은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쉬운 실리콘을 이용해 두께가 300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수준으로 얇은 판을 만든 뒤, 그 위에 역시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구조물을 마치 도심 속 건축물처럼 배치해 얇고 가벼운 메타표면을 만들었다.

빛 알갱이가 마치 나선형으로 꼬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측정되는 양자역학적 성질인 ‘편광’에 따라 각기 다른 홀로그램 이미지가 나오도록 메타표면을 설계했다.

왼쪽 방향으로 회전하며 나아가는 빛을 비출 때와 오른쪽 방향으로 회전하는 빛을 비출 때 각기 다른 이미지가 나타나도록 만든 것이다.

그 뒤 왼쪽으로 회전하는 빛과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빛을 섞어 두 개의 홀로그램 이미지가 동시에 나타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빛의 편광을 조절해 이미지를 실시간 바꿀 수 있다”며 “동영상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메타표면은 실리콘을 재료로 써서 기존 반도체 공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존에 메타표면을 제작할 때 널리 쓰이던 산화티타늄에 비해 비용도 수백 분의 1 수준으로 절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홀로그램을 더 복잡하게 설계하고, 화폐나 신용카드, 위조방지 및 암호 기술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 교수는 “빛을 투과시키는 비율이 60%가 넘어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며 “초경량 고효율 광학기기나 VR 기기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레이저&포토닉스 리뷰’에 게재됐다.

포스텍(총장 김도연)은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사진) 교수팀이 빛의 스핀을 이용해 여러 홀로그램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2019.05.28.(사진=포스텍 제공)  photo@newsis.com
노준석 교수 <사진제공=포항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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