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5.29 13:53

굴삭기 부품 구매가격 낮추기위해 납품업체의 도면을 다른 업체에 제공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하도급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이 제재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31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현대건설기계는 굴삭기 등 건설 기계 등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로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 사업부가 2017년 4월 분할된 사업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건설장비 시장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등 건설장비 부품의 납품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게 전달해 납품가능성을 타진하고 납품견적을 받는데 사용했다.

또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먼저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부품인 하네스 구매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납품업체를 다원화 또는 변경하는 시도를 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납품업체의 도면을 2016년 1월 다른 하네스 제조업체에게 전달해 납품가능성을 타진하고 납품견적을 내는데 사용하도록 했다.

현대중공업은 하네스 업체의 도면은 자신이 제공한 회로도 및 라우팅 도면을 ‘하나의 도면’으로 단순 도면화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하네스 업체들의 도면에는 회로도나 라우팅 도면에 없는 제작에 필수적인 부품 정보나 작업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정보 등이 기재돼 있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자신이 도면을 전달한 제3의 업체에게 견적 제출을 요구하면서 기존 공급처에게는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공급처를 변경하는 대신 2016년 4월 기존 공급처의 공급가를 최대 5%까지 인하했다.

또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7월 경 ‘하네스 원가절감을 위한 글로벌 아웃소싱’ 차원에서 새로운 하네스 공급업체를 물색하기로 했다. 이에 3개 하도급 업체가 납품하고 있던 총 13개 하네스 품목 도면을 2017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에게 전달해 납품가능성 타진 및 납품견적을 내는데 사용하도록 했다.

특히 현대건설기계는 공정위 조사 개시 이후인 2018년 4월에도 제3의 하네스 제조업체에게 도면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및 현대건설기계는 경쟁입찰을 통해 낮은 견적가격으로 시제품을 구매할 목적으로 지게차용 배터리 충전기, 휠로더 신규 모델용 드라이브 샤프트, 굴삭기용 유압밸브의 시제품 입찰에서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제3의 업체에게 제공하고 견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한편, 현대건설기계는 하네스 도면을 제3의 업체에게 전달하기에 앞서 하네스 납품업체들에게 21톤 굴삭기용 주요 하네스 3개 품목의 도면을 요구해 제출받았다.

현대건설기계는 공정위의 사건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에 도면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목적을 ‘납품 승인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해당 품목은 이미 하도급 업체가 승인받아 납품하고 있던 품목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7년 4월 분할 전까지 38개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부품 제조에 관한 기술자료를 제출받아 보관해 오고 있었다. 다만 이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 서면을 통한 요구방식을 취한 경우가 없었다. 해당 품목 총수는 396건이다.

현대건설기계도 분할 신설된 2017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4개 하도급 업체들에게 승인도를 요구함에 있어 서면 요구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해당 품목 총수는 118건이다.

공정위는 현대건설기계에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했다.

또 이들 기업에 4억3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 법인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관여한 간부 직원 및 담당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한 후 공급업체 변경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술유용에 해당함을 명확히 한 사례”라며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을 저해하여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기술유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3~4개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과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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