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준영 기자
  • 입력 2019.05.29 14:53
위정현 공대위 위원장(가운데)와 공대위 관련 인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위정현 공대위 위원장(가운데)와 공대위 관련 인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공식 출범했다. 

공대위는 게임의 자유를 선언하고 10대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 질병코드 등재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대위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출범식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위정현 공대위 대표 겸 한국게임학회장,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장이 참석했다.

위 대표는 "오늘은 게임 산업의 장례를 치르는 날이다. 과거의 게임 문화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게임 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 앞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는 문화·산업으로서 게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대위에는 89개 협단체, 공공기관, 대학이 참여했다. 게임뿐 아니라 콘텐츠, 문화, 예술, 미디어, IT 등 여러 분야 관련 단체에서 공대위와 함께하기로 했다.

공대위는 애도사를 통해 "게임이 너무 좋아서 업계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25일 WHO에서 게임이용장애라는 이름을 붙여 질병코드를 지정한다는 비보를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에 휩싸였다"라며 "게임이 문화가 아니라는 자들에 대항하여 당당히 맞서겠다. 지능적으로 변신해 온 그들의 논리에 맞서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게임 질병코드 등재를 주도한 이들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공대위는 "게임은 마약이라고 게임 자체를 공격하던 논리에서 변화해 '게임 이용자 중 아주 소수지만 문제가 되는 사람들도 있으니 우리가 도움을 줘야 한다'며 우회하고 있지만 그들의 결론이 변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 유튜브, 영화, 만화에도 이러한 굴레를 씌우려고 시도할 지도 모른다"라고 꼬집었다.

위 대표 역시 "게임보다 스마트폰이 더 큰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놀랍게 생각하는 것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중독을 막아야 한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라며 "SNS와 문자 등에 하루 종일 빠져 사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닌가? 과몰입 정도만 따지면 게임보다 몇십 배는 강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이용하니까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정현(가운데) 공대위 대표가 '게임 질병코드 지정에 관한 애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위정현(가운데) 공대위 대표가 '게임 질병코드 지정에 관한 애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게임은 '현대판 마녀'…소중한 문화이자 4차 산업혁명을 여는 장

게임 자유 선언도 이어졌다. 선언에서는 "게임은 지금 현대판 마녀가 되어가고 있다. 아니, 마녀로 만들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의 '그릇된 문화'가 돌을 맞고 있다"라며 "19세기에는 소설이, 20세기에는 TV가 그랬듯이 기성 세대는 젊은이들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새로운 악을 찾았고 낙인을 찍었으니 그것이 바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이 소설, TV와 다른 점이 있다면 셋 중 유일하게 질병코드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라며 "소설의 독자는 과한 몰입으로 인해 현실과 환상과의 구분 능력을 잃고 건설적이지 못한 분야에 힘을 쏟는다고 비난받았다. 그러나 이토록 비난받던 소설도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소설 읽기를 권장한다"라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소설은 게임으로 진화했다. 양방향 문화 매체인 게임은 소설 속에서 상상해 왔던 현실을 가상으로 그려내고 이용자 모두가 연결돼 서로 소통하고 생각하며 공동의 과업을 달성하는 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희들의 게임에, 게임을 조금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6C51'이라는 코드명이 부여됐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한, 공대위는 "오늘 저희는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고자 한다. 게임은 소중한 문화이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의 여는 창이자 5000년 역사에서 한국이 자랑할만한 혁신의 산물"이라며 "게임은 인공지능을 낳은 토대다.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준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드 하사비스가 게임 개발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호소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공대위는 "게임은 청소년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의 삶에 위안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을 인정해주기 바란다"라며 "지금의 저희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주인공이 되도록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주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한 89개 협단체, 공공기관, 대학 목록. (사진=박준영 기자)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한 89개 협단체, 공공기관, 대학 목록. (사진=박준영 기자)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막기 위한 10개 계획 발표

공대위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막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국방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게임 관련 범부처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제안, 공대위 상설 기구화, 사회적 합의 없는 KCD 도입 강행 시 법적 대응 검토, 보건복지부 장관 항의 방문 및 보건복지위 위원장·국회의장 면담을 진행한다.

또한, 게임 질병코드 관련 국내외 공동 연구 추진 및 글로벌 학술 논쟁의 장 마련, 게임 질병코드 도입 전후 FAQ 제작 및 배포, 게임 질병코드에 맞설 게임스파르타 300인 조직과 범국민 게임 촛불운동 제작, 게임 질병코드 관련 모니터링 조직,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대 활동 강화, 범국민 청와대 국민청원 검토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위 대표는 "게임스파르타는 공대위에 참여한 단체를 중심으로 추천을 받고 인터넷상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구성할 것"이라며 "게임스파르타는 게임 촛불운동에 있어 핵심이 되는, 국민에 우리의 뜻을 호소하는 조직화된 집단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인원을 늘리며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촛불운동'에 정치적 색깔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위 대표는 "촛불운동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기성 세대의 탄압에 대한 상징적인 것이다. 정치적인 것과 별개다"라며 "광화문 등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주요 무대인 온라인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진보나 보수 등 정치적 색깔과 전혀 관계없다"라고 일축했다.

마지막으로 위 대표는 "짧은 시간이지만 공대위를 발족하는 한 달 남짓 기간 많은 단체가 참여를 결정했다. 게임과 관련 없는 단체뿐 아니라 각 지역의 진흥원 등도 기꺼이 참여해줬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우리가 다짐한 내용에 대해 지켜봐주시고 향후 우리가 잘못하면 따끔하게 질책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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