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6.01 08:00

세계적 영화제 휩쓴 알폰소 쿠아로의 '로마' 국내 관객은 회당 약 26명에 그쳐
노철환 "스크린 독점은 상영 자원 독식·관객 선택권 제한·문화 향유 편식 유도"
우상호, 프라임 시간대 전체 스크린 50%이상 특정 영화 상영 제한 법률안 발의

2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전면 왼쪽 세번째)이 전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2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전면 왼쪽 세번째)이 전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5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환영사에서 "많은 예산이 투자된 상업영화의 성공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내독립영화의 총 관객 수가 전체 영화 관객 수에 1% 수준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더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어도 제작이 완료된 영화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고, 관객들의 영화선택권이 침해받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지난 4월, 스크린 6개 이상의 복합상영관을 기준으로 프라임 시간대 전체 스크린 50%이상 특정 영화 상영을 제한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기조발제에 나선 노철환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한국적 현상,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주제로 한국영화의 산업구조부터 분석했다.

그는 "관객수가 2.16억 명에 스크린수 2,937개, 극장수 483개인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50.9%"라며 "외국영화 배급사별 점유율은 1위 디즈니(28.1%), 2위 폭스(16.3%), 3위 워너(12.8%)"라고 적시했다. 이어 "극장시장 집중도는 CGV(49.3%), 롯데시네마(28.9%), 메가박스(18.7%) 3개사가 전체시장의 96.9%(위탁관 제외시:76.0%)를 차지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구조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특정 영화가 전체 상영 자원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이라며 "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체인과 대형 영화가 결합돼 'High Risk High Return Business(고위험 고수익 사업)'를 이루고 있고, 이는 대형영화 흥행의 위험 부담 감소를 위한 강자들의 '현명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노 교수는 "스크린 독과점도 물론 장점이 있다"며 "대형영화에 한정해볼때 개봉 초기에 흥행이 보장돼 투자대비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 현상이고 고정 부율제로 극장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스크린 독과점의 단점'도 지적했다. "상영 자원을 독식하고, 관객 선택권을 제한하며 문화 향유의 편식을 유도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노 교수는 최근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을 통해 본 문제점도 거론했다. "지난 4월 27일 개봉 4일차 기준으로 이 영화는 총스크린 3,058개 중에 2,835 스크린을 장악했고 상영횟수는 13,397회로 79.3%의 점유율을 보였으며, 좌석수로는 2,158,840석을 차지해 83.7%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좌석판매율은 77.0%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어벤져스4 라는 트렌드의 위력은 역대 최고 오프닝, 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 역대 개봉주 최다 관객수를 불러왔고, 개봉 1일째 1백만 명 돌파, 개봉 11일째 1천만 명 돌파에 이어 개봉 30일 차에는 약 1,370만 명의 관객이 몰려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영화는 관객이 찾아보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 91회 아카데미에선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을 받고, 76회 골든글로브에선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으며, 53회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는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작품상을 받은데 이어 72회 영국아카데미에서 감독상, 촬영상, 작품상, 외국어영화상을 휩쓸었던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년 작)라는 작품을 언급했다. 그는 "이 작품은 2018년 12월 12일에 개봉돼 최대 스크린수는 32개(서울 17개), 최종관객수 42,570명, 총상영횟수 1,633회를 기록했고 좌석판매율은 평균 15%대였으며 회당 약 26명이 관람했다"고 개탄했다.

이에 더해 그는 미국·프랑스의 '영화 정책'과 한국의 '스크린 상한제'를 비교했다. "미국의 대형영화 흥행방식은 약 4,000 개관의 개봉에 20주 내외의 장기 상영의 형태이고, 유럽 최대의 영화 강국인 프랑스는 연간 관객수 2억명 이상의 안정적인 자국시장을 갖고 있고 유럽 최고의 자국영화 점유율(30% 중반대)과 꾸준한 해외판매(약 2억유로)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영화산업 지원정책으로 '문화적 예외기조'로 자국영화 및 극장산업의 보호와 육성에 힘쓰고 있다"며 "한국과 유사한 영화정책 방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프랑스는 멀티플렉스 체인별 약정에서 '8개 스크린 이상의 극장'을 대상으로 영화 1편의 일일 상영횟수가 20~30% 초과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예외: 연간 2편), 극장 전체가 맺은 협약에 따라 '6개 스크린 이상의 극장'을 대상으로 다중상영작 1편은 최대 4개 스크린까지, 다중상영작 2편 이상은 다중상영작 총합이 최대 9개 스크린을 넘지 않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그는 '한국영화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방법도 제시했다. "연 4편 수준의 영화를 대상으로 복합상영관의 특정 영화 상영횟수를 50%로 제한해야 한다"며 "프라임타임(13~23시)에 특정 영화의 독식을 완화하고 극장 자율로 조조와 심야상영을 활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여석 가지의 제언도 내놨다. '1. 영화발전기금 재원과 수혜 대상 2. 변동부율제 도입에 대한 논의 3. 독립예술영화 상영 배급 지원 확대 4. 예술영화전용관+영화제관람카드 도입 5. 비수기 전국 단위 관람료 할인 행사 6. 수준 높은 관객 양성을 위한 청소년 영화예술교육'이 그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주최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후원해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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