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5.31 11:20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선박사고. (사진= 원성훈 기자)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선박사고 현장. (사진= 원성훈 기자)

5년 전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거대한 슬픔과 허망함에 빠뜨렸던 그 사건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충격적인 선박 사고가 일어났다.

이미 폐기됐어야 할 연한의 배가 운행이 됐고, 많은 비로 유사시를 대비했어야 했음에도 관람을 강행했으며,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가 아니어서 구비조차 돼 있지 않았던 것까지 사고의 원인이 황망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사고를 유발한 크루즈가 일체의 구조 행위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갔다고 하니 기가 막히는 것을 넘어 욕지기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다.

설상가상 사고가 해외에서 발생해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조치도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골든타임이라는 소중한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여러 조건 때문에 수색과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하니 애타는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제3자인 필자조차 이러할 진데 사고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겪고 있을 고통스러운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 마음 졸이며 애통해하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바람과는 전혀 맞지 않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어 분노를 야기한다. 무리한 일정을 진행한 여행사를 탓하며 여행사 대표의 처벌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거나 사고가 일어난 헝가리의 사회적 미비함을 대대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을 기사화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이라는 명분으로 피해자들 중에 일가족이 있으며 아주 어린 아이까지 포함돼 있다고 사연 팔이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국내 모 유력 언론사는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보험 보험금 최대 1억 원'이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올렸다. 모두 사고에 도움이 되거나 국민들이 알고 싶은 정보가 아니라 정서를 자극하는 부질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언론들의 이러한 기사들마다 댓글게시판을 이용해 5년 전 진도에서 있었던 사고를 거론하며 이번 사고에 관한 여러 근거 없는 악플을 양산하고 있는 무뢰배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무분별한 행동을 자행하는 자들은 과연 피해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것인지 이번 사고를 핑계로 그냥 독설을 쏟아내고 싶은 것인지 알고 싶다. 5년 전 슬픔을 간직한 사고를 언급하며 패악질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소양도 없는 금수만도 못한 행동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기사를 언행의 자유인 것처럼 그냥 방치하는 언론사 게시판 관리자의 처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종자들의 수색과 구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은 원망할 상대나 책임과 처벌 대상을 찾을 때가 아니며,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국민들의 슬픔을 자극할 때도 아니다. 더욱이 언행의 자유와 무책임을 배설하는 방종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더욱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수색과 구조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국민들은 생존자와 피해자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새로운 소식에 귀를 기울이면서 침착하게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천운이 되었건 기적이 되었건 어떤 형태도 상관없다. 부디 실종자분들이 가족들 품으로 생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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